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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무주택자 상팔자`…住테크가 바뀐다

'무주택자 상팔자'…住테크가 바뀐다
분양가상한제 앞두고 5가지 새풍경

'주(住)테크 마니아'들의 라이프스타일이 통째로 달라지고 있다. 확 바뀐 주택제도와 시장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9월부터 실시되는 분양가 상한제, 청약가점제는 이들에겐 '천지개벽'에 가깝다. 달라진 주택시장 풍속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 집 팔아 무주택 가점 높여

= 분양가 상한제 기대감은 아파트 전ㆍ월세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싼 아파트가 공급될 때까지 버티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소형 아파트 전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도 강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소형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2.2%로 중형(1.4%)과 대형(0%)에 비해 상승 폭이 훨씬 컸다.

무주택 선호 현상은 △청약가점제에서 무주택자 우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보유세 강화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모 대기업 부장인 K씨(42)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마포구 38평형 아파트를 팔고나서 한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 때문에 이사갈 집이 마땅치 않았던 김 모씨는 서울 송파구에 전세 아파트를 얻었다.

김씨는 "주택시장이 바뀌면서 '그때 팔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주택기간이 짧아 청약가점이 낮은 만큼 분양가 상한제 효과를 봐가며 2~3년 뒤 기존 아파트 매입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 경매등 틈새시장 기웃기웃

= 내년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배 모씨(31). 1순위 청약통장을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지만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 신규 분양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입기간 외 항목에서 점수가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중에 종자돈은 5000만원 남짓이어서 당첨이 된다 하더라도 중도금도 제대로 못 낼 형편이다. 배씨는 통장은 보유하면서 청약은 먼 미래 일로 미루기로 결심했다. 대신 그가 눈을 돌린 곳은 법원 경매. 퇴근 뒤에는 경매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경매 정보지나 관련 서적도 꼼꼼히 읽으며 '내공'을 쌓아가고 있다. 배씨는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소형 아파트나 다세대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 미분양 알짜아파트에 관심

= 주부 성 모씨(38)는 올봄 의정부에 있는 장기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했다. 원래는 올 가을 1순위 청약통장을 사용해 대규모 택지지구에서 공급되는 신규 분양 아파트를 청약할 생각이었지만 가점제 점수가 낮아 전략을 바꿨다.

물론 미분양 아파트라 입지나 조건 등은 꼼꼼히 따져봤다. 다행히 상반기 의정부 집값이 상승하며 성씨가 계약한 집도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성씨는 "중개업소에서 좀 더 높은 가격에 되팔라는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며 "청약통장은 그대로 두면서도 미분양 아파트라 대출조건도 좋았고 원하는 동과 층을 고를 수 있어 좋았다"며 만족해 했다.

◆ 분양많은 지역으로 주소 옮겨

= 청약가점이 높다고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청약가점제가 실시되면 일산에 살고 있는 박 모씨(42)는 '최강자 그룹'에 속하게 된다. 14년 이상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3명, 청약예금 3년 가입 기간으로 청약가점이 55점에 달한다.

박씨는 현재 은평뉴타운 또는 송파신도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당첨 자체보다도 당첨 뒤 자금 마련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다만 은평뉴타운에 청약하기 위해선 또 다른 숙제가 있다.

지역우선공급 제도에 따라 공급물량 100%가 서울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재 P씨는 서울로 이사가는 방법과 함께 서울에 거주하는 처갓집으로 주민등록을 옮겨 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청약가점이 높다고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대출규제 등 지난 몇 년간 새로 도입됐거나 달라진 제도가 많아 일일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 청약통장 깨서 주식 투자

= 9월 청약가점제 시행을 앞두고 청약가점에서 불리한 수요자도 바쁘게 '제 갈 길'을 찾고 있다.

청약통장을 깨서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9월 이전 일반 분양물량이나 알짜 미분양 아파트를 노리는 사람도 있다. 재개발이나 경매 같은 틈새시장을 찾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전 모씨(31)는 최근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던 청약통장을 과감히 정리했다. 예금을 깨고 손에 쥔 700만원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 최근까지 지속된 증시 활황으로 꽤나 짭짤한 수익도 챙겼다.

대학 시절 청약부금으로 시작해 중ㆍ대형 배정을 위해 예금으로 갈아타고 10년 이상을 보유하면서 들인 공이 안타깝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혼에다 독립 가구주인 그는 청약가점제 제도 아래서 한동안 당첨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이진우 기자 /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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