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숲속 생태공원 자원봉사 활동을 나갔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어렸을 때 짐 근처에서 흔히 보았던 풀이름이 명아주란다. 풀의 이미지와 그 이름이 겉돌다가 비로소 일치되었다. 100세가 되면 지자체에서 청려장이라는 지팡이를 선물해 주는데 이 지팡이 재료가 명아주이다. 정말 믿을 수가 없다. 저렇게 여리고 여린 것이 크게 자라면 명아주 줄기로 지팡이를 만든단다. 실제 검색을 해 보니 어렸을 때 할아버지들이 집고 다니던 흔한 지팡이이고 그것이 바로 명아주로 만든 청려장이다.
주로 여성 노인들은 꽃무늬가 들어간 세련된 지팡이들을 선호한다. 과연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는 그 무게가 0.2그램이라는데 그 가벼움에 또 한 번 놀랐다.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대부분 노인이 지팡이를 들면 자신이 노인이라는 것이 눈에 뜨인다고 생각했는지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평소에 두 발로 걷던 사람이 다리를 다쳐서 깁스하면 한 개 또는 두 개의 목발을 짚는다. 허리나 다리가 아픈 노인의 경우는 걷을 때 몸의 균형을 잡아 주거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지지해주는 기능으로 지팡이를 사용한다. 결국 두 발로 걷던 것을 못 하고 지팡이를 짚으면 세 발로 걸어야 하니 좀 어색할 수 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손가방을 들던 습관이 있어 지팡이가 있으면 당장 핸드백을 들 수 없다. 여성들이 중년이 되면 여포 신발을 신는다. 여기서 여포란 여자를 포기한 신발이란 뜻의 약자이다. 그런데 지팡이를 짚는 노인의 경우는 가방을 어깨에 메는 것이 편하니 평소 모양을 내던 사람이라면 자신의 또 다른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내 가까이 시어머님도 처음 지팡이를 사 드린 지 1년이 지나서야 그것을 받아들이고 사용하셨다. 노인이지만 노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나는 그 까닭도 모르고 여러 차례 “몸이 불편하신데 지팡이를 왜, 사용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지팡이가 무겁다고는 핑계를 대거나, 잃어버릴 것 같아 집에 놓고 나왔다는 말씀하셨다. 사실 나도 궁금하다.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를 실제 짚어 보지 않았기에 수치의 무게처럼 정말 가벼울까? 그리고 풀이었던 것이 과연 튼튼할까? 기회가 된다면 지팡이 가게에 들러 우리나라 토종 청려장을 짚어 보고 싶다. 마치 산신령이 들으면 어울릴 것 같은 토종 품이 현대화될 수는 없는 걸까? 시중에 너무나 싼 중국산 물건들이 더 싸고 좋은 것이 많기에 우리에게 선택권이나 디자인의 변신은 낭비일 수 있지만 나는 한편으로 세계 모든 노인이 소비자라 생각하고 한국만의 특징을 나타내는 트렌드화 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구촌의 다른 나라에서도 이것을 사용하는 곳이 있다면 또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청려장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까지 임금님이 장수 노인에게 하사한 지팡이로 명아주 풀로 만들어 가볍고 단단하며 건강과 장수를 상징한다. 이 전통을 이어 지자체에서 1993년부터 해마다 100세를 맞이하는 이들에게 청려장을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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