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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 정보

특성화高로 뿌리기술 인재 키우자

곽흥철 삼성중공업 과장(37)은 지난해 늦깎이로 부산대를 졸업했다. 1993년 공고를 졸업한 후 19세 때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지 18년 만이다. 곽 과장은 2004년 회사 내 전문대 학위 과정인 `드림 아카데미`를 나온 데 이어 부산대와 연계한 학사 과정에서 조선과를 졸업해 결국 지난해 4년제 학사를 땄다.

그는 "공고 졸업 후 새로운 지식을 접하지 못했는데 학교에서 학습한 내용을 접목해 업무를 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곽 과장 사례는 바로 정부가 말하는 특성화고(옛 전문계고) 인력 양성의 이상적 모델이다. 이른바 `선취업 후진학`으로 기업이 기능인재를 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특성화고 졸업생은 아예 취업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0년 전국 15만1400여 명인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19.2%다. 한국과 같은 학력 인플레이션 사회에서 기업이든 정부든 특성화고의 기술 인재에 관심이 적다. 김환식 교과부 진로직업교육과장은 "기업이 대학에 돈을 기부하거나 건물을 지어주면 세제 혜택을 많이 받지만, 고교엔 이런 혜택이 없다"며 "전문화된 기술인력을 키우자는 인식이 사회 전체적으로 약하다"고 말했다. 조세특례 등의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기업도 움직일 텐데 공감대가 약해 행정부나 입법부 차원에서도 추진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장기화하고 있는 기능인력에 대한 무관심이 한국 제조업의 근간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최근 스마트폰 경쟁의 핵심은 바로 금형기술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형이 감성시대 소비자를 좌우하는 상품디자인을 구현하는 핵심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때 제조업의 위기를 맞았던 일본이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의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뿌리기술에 전력하고 있다"며 "특성화고 문제는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 체질과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당시 부사장)이 특성화고 교장들을 만나 "한 해 120명씩 특성화고 인재를 채용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기업도 인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는 있지만 아직 체감 정도는 약하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0년 전국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19.2%다. 졸업생 10명 중 2명만 취업에 성공한 셈이다.

그나마 이 수치도 최근 특성화고 취업기능강화사업 등에 힘입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한 것이다.

2000년 51.4%이던 특성화고 취업률은 2006년 25.9%. 2007년 20.2%, 2008년 19.0%에서 2009년 16.7%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9.2%로 간신히 반등했다.

반면 대학진학률은 최근 급격하게 올랐다. 2000년 41.9%이던 것이 2006년에 68.6%로 오르더니 2009년에 73.5%로 정점까지 치솟았다가 2010년은 71.1%를 기록했다. 졸업하면 대부분 대학에 가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대학원 석사과정 등을 폭넓게 운영하는 반면 특성화고 졸업생에겐 학사과정을 지원하기는커녕 채용조차 거의 없어 대조적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재교육은 대부분 학사 출신 일반사원이나 관리직에 맞춰져 있어 야간대학원이나 직무교육밖에 없다"면서 "기술직 재교육은 크게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특성화고에 가는 학생들이 더 우대받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성화고의 진흥을 사교육을 없애고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를 끊자는 취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으로 제시해왔다. 삼성전자나 식품기업 SPC 등이 일부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을 약속했지만 구조적 변화없인 해결이 힘든 과제라는 평이다.

[김선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