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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서울/강동구 구천면로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 깔끔하게 정비된 고덕·상일·강일동과 빛바랜 간판과 낡은 건물이 많은 구천면로의 현실이 비교되면서 한때 구청의 행정에 대해서도 ‘편’이 갈리기도 했다.

민선 7기 강동구정을 이끄는 이정훈 구청장은 천호초 교차로부터 지하철 5호선 명일역까지 약 1㎞에 이르는 구천면로를 생활권 중심으로 되살리기 위해 2019년 11월부터 ‘걷고 싶은 거리’ 사업을 진행해 왔다. ‘지역의 가장 어둡고 오래된 거리를 가장 밝고 따뜻한 거리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추진된 ‘걷고 싶은 거리’ 사업은 올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강동구는 전액 구비로 추진되는 이 사업에 ‘강동형 도시재생 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동안 정부·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해결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4일 강동구에 따르면, 구천면로 일대엔 강동구 전체 1인 가구의 45%가 거주하고 있고 독거 어르신 등 취약 주민도 많아 이전부터 복지 행정 수요가 많은 곳이었다.

실제로 기자가 현장에 가보니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 양옆으로 저층 주택과 상가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인도도, 차도도 모두 좁아 구천면로를 통해 강동구와 경기 광주시를 오가는 버스를 타고 내리는 데에도 불편했다. 생활 편의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해 보였다. 기존 도시계획을 크게 손봐야 하고 1인 가구와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특성상 전면 재개발과 도로 확장도 쉽지 않았다.

강동구는 2020년 초 이 구청장을 포함해 12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경관사업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구천면로와 인접한 천호1동과 암사1동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같은 해 8월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구천면로에 거주하는 점포주, 건물주, 일반 주민 등 총 6021가구를 일일이 방문, 바람직한 사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으며 방향을 잡아 나갔다.

그 결과,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강동구 평생학습관 옆 공터가 잠시 여유를 느끼며 휴식할 수 있는 ‘동네숲’으로 변했다. 기존 콘크리트 옹벽을 철거한 후 쾌적한 녹음을 느낄 수 있도록 꽃나무와 단풍나무를 심었고, 기존에 자리를 지켜온 큰 나무를 그늘로 활용함으로써 지금은 ‘만남의 장소’로 거듭났다.

 


북카페도서관 ‘다독다독’은 정부에서도 주목하는 문화 행정의 모범 사례다. 지난해 5월 21일 구천면로 321에 개관한 다독다독 구천면로점은 책을 빌려 읽는 도서관의 단순 기능을 넘어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고 주기적으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 됐다. 캠핑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테라스도 주민들의 눈길을 끄는 시설이다.

다독다독 2층엔 전국 최초의 지방자치단체 직영 어린이 식당인 ‘강동 어린이식당’이 지난해 11월 30일 문을 열었다. 132㎡ 규모로 조성된 강동 어린이 식당은 지역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만 6세 이상 15세 이하 강동구 거주 아동 및 강동구 소재 초·중학교 재학생에게 저녁 식사를 2500원에 제공하고 있으며, 식당 운영시간 외엔 교육·문화 프로그램 진행 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본격적으로 운영을 확대한다.

어린이 식당 개소일엔 ‘천호 아우름센터’도 구천면로 297-5에 문을 열었다. △천호보건지소 △1인 가구 지원센터 △체력인증센터 △사회적기업 혁신플레이스 등 4개 시설이 모여 있는 센터는 주민들의 보건·의료·문화체육 거점 시설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

지역 주민 이모(여·54) 씨는 “구천면로에 그동안 열악했던 편의시설이 곳곳에 들어오면서 지역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만 깔끔하게 운영해줘도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되면서 살기 좋은 거주지가 된다”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