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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명절을 보내면서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명절을 보내는 것은 고역이다. 시어른의 빈자리에 내가 서 있다.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가족들이 모여 앉아 즐거운 담소를 나누기 위해 나는 명절 전에 시장을 적어도 3~4번의 몸 수고를 해야 그래도 조상님께 부끄럽지 않은 상차림을 만들 수 있다. 올해는 이마트에서 늦은 장을 보았는데 싱싱한 해물을 50% 할인 시간대에 방문하게 되어 기존 계획보다 다양한 생선을 저렴한 가격에 구비할 수 있었다. 뻔한 명절 상이지만 나는 해마다 다른 메뉴 하나를 추가하여 상차림의 작은 변화를 즐긴다.

올해는 문어를 상에 올리고 예쁜 도자기 술 주전자도 마련하여 단정한 차례상을 준비해 보았다. 무엇보다 식구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어 주면 저절로 음식을 준비한 수고함이 보람으로 보상을 받는다. 조촐한 가족이기에 큰 어려움은 없으나 늘 혼자서 음식을 준비하니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게 된다. 젊은 사람들이 와서 일을 거둘겠다는 빈말도 없도 무작정 명절 당일에 와서 ㅕ음식만 먹고 웃다가 가는 사람들에게 내가 딱히 말하고 싶지도 않기에 그저 맛있게 먹고 돌아가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아마도 남편이 살아 있다면 큰소리가 나도 몇 번을 났을 것이다. 올해는 내 집이 편안하였는지 다음 일정 핑계를 접고 오전 내내 다과를 먹으면서 작은 집 가족이 놀다가 갔다.

작은 집 식구들이 자리를 뜬 후에야 나도 오랜 동안 시어른을 뵙지 못하였기에 큰 고모님 댁으로 가 인사를 여쭙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살아 계시고 눈 마주침을 통해 어머니의 온기를 느끼면서 집에 돌아와 명절 연휴의 쉼을 하는 호사를 누렸다. 새로 시작한 일이 나에게 작은 긴장감을 주어서 좋다. 단기간 일이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소중한 일터가 되고 있다. 올해 내 나이가 62살이란다. 참 나이를 품성 많이 먹었음을 깨닫는다. 나이를 먹는 것처럼 그 나이에 맞는 여유와 지혜로움이 자라길 바라지만 나는 아직도 철이 들지 못하였다. 어린 사람들을 품에 안아 주고 이해해 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함에도 오히려 젊어서 당했던 시집살이가 문득문득 떠 울라 그때의 설움이 복받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 때도 있다. 산다는 것이 참 간단 명료한 것인데 어차피 지난 세월은 나의 목인 것이다. 그때 나의 심정과 나의 애환은 그 누구도 내 입으로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과거에는 시댁과 친정을 챙기고 그리고 내 맘이 기우는 이웃 두어명을 챙기면 부족 액은 보너스로 해결이 되었지만 이제는 정년 퇴임자로서 적응기인 지금은 적절한 새로운 선물 계획도 세워야 할 것 같다. 올해는 예년 수준으로 했지만 올 추석부터는 규모를 축소하여 내 생활에 지장이 없는 선으로 수정하여 운영해야 할 것 같다. 가족들이 무탈하고, 다 평안하니 감사할 일이다. 아마도 올해는 가족이 늘어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고모네도 작은 집도 며느리를 보았으니 하나 둘 자식을 갖게 된다면 식구가 느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식솔이 늘어나서 일할 사람도 늘어나면 좋겠다. 명절이란 세시풍속도 아마도 내 대에서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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