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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살다보니 이런일도

 오늘은 좋은 일 반 그저 그런 일 반반이다. 어제 팀원들이 너무 방만한 생각이 들어 근 2년 만에 큰 화를 내었다. 일을 너무 힘들어하는 팀원을 도닥이며 지난겨울부터 이어 왔는데 그만 내 입에서 "적어도 선은 넘지 않아야 하잖아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나태주 시인은 <더 많이 지는 사람>이라 노래를 하는데 나는 그 팀원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몇 달째 반복되는 잘못된 행동이 그리고 무엇보다 회의를 할 수 없을 지경까지 하는 행동에 그동안 참았던 것들이 나도 통제할 수가 없었다. 감기로 약 기운이 올라 있는 중에 아마도 그도 나도 지쳐 있기는 마찬가지였던 그 시점에서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나 보다 잘난 자식을 기르는 부모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내 가족중에서도 내 직장에서도 가능한 자신들이 알아서 해 주기를 바란다. 어차피 인생은 외길인데 굳이 남의 말대로 산다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살아 가야 하지 않을까? 나는 답답하면 물으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이 그 팀원에게 답답함이 있어 왔음에 묻지를 않은 것이다. 바로 내 실수인 것이다. 더 그에게 묻고 그의 갈등을 해소시켜 주지 못하여 회의 중에 언성을 높였으니 나의 무능함이 표면에 드러난 것이다.

 회의를 끝내고 무거운 걸음으로 내 자리에 앉으니 무력감이 밀려 온다. 그런데 책상에 메모지에 " 000봉 사자님 장애인의 날 기념 표창장 확정"이란 낭보가 있다. 다시 기분이 확 좋아졌다. 언제 짜증이 났는지도 모르게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오랜 기간 동안 봉사활동을 열심히 해 준 000님이 드디어 수상이다. 그리고 거기에 나 또한 보건복지부 표창자로 내정이 되었다고 한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난감하다. 이렇게 어쩌구니 없게 무능한 사람에게 일 더 잘하라고 표창을 한다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작년에 나에게 호되게 호통을 쳐 준 000의 민원으로 나는 늦었지만 내 직업와 내 삶에 대해 큰 공부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는 정년이니 가능한 적당히, 가능한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한 걸음 뒤로 물러 나서 일을 하다 보니 기다려 주고 기다려 주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 누군가는 최종 마무리가 가장 어렵다고 하더니 이런 까닭 때문이었나 보다. 살다 보니 이런 일 저런 일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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