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자연 속에 푹 빠져 보낸 주말이었다. 할 일도 많았지만 한 질끈 감고서 대문을 박차고 나와서 한강 변을 걸었다. 처음에 좀 막연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집에 있으면 TV로 시간을 죽일 것 같아서 운동삼아 설렁설렁 걷다 보니 걸어서 4KM가 잠실이라니 한번 걸어보자는 생각과 동료 중 자신은 시간 날 때마다 혼자 걷기를 즐긴다는 말과 한번 걸어봐라는 조언을 하기에 나도 그 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걸어 봤다.
가능한 물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릴 적 광나루 해수욕장에서 길을 잃고 펑펑 울던 수영복 차림의 나를 만나기도 하고, 물오리 가족들의 수영하는 모습도 보고, 가끔 철길을 따라 달리는 기차소리도 듣고 있자니 보광동에서 살았던 기억도 난다. 한강변을 끼고 나의 잊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한강을 건너던 돛단배도 떠오른다. 아주 아스라한 기억의 단상이다.
강가에는 아직도 해변의 모래 흔적이 살아 있어 그 가는 모래의 촉감을 발바닥으로 느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냥 걷다 보니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걱정이 무게가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서울에 이런 강가가 있다니 절로 감탄이 난다.
한강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건강미가 넘쳐 난다. 진짜 서울 사람들의 진 모습인 것 같다. 영화 속 뉴요커나 시카고의 아침 조깅을 한 모습이 멋저 보이듯 나에게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 한강변을 꽃과 나무를 보살피고 있는 사람, 쑥을 캐는 사람, 강아지와 설렁설렁 걷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주말을 즐기고 있다.
내가 거의 물길에서 환희의 기쁨에 차 오를 때 쯤에 친구가 전화가 왔다. 잠실에서 만나자는 것이다. 나 또한 잠실 방향으로 걷고 있었기에 롯데 월드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사실 강변 산책의 끝을 잠실로 막연히 정했지만 그 경에서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 막막했는데 친구의 호출로 나는 송파 둘레길인 아산병원 앞 벚꽃 길로 해서 올림픽공원을 지나 잠실점으로 향하기로 했다.
늦은 벚꽃이 바람결에 날리고, 벚꽃 터널이 참 아름다운데 지난 주말이었다면 최고의 모습을 보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출산을 하듯이 미련 없이 튀어 나오니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가능한 주말에는 철저히 걷기를 실천함으로 내 건강을 관리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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