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고, 내 마음도 촉촉이 젖는다. 이제 완연한 봄을 향해 향연이 펼쳐지고 있지만 나는 오늘 기분이 묘하다. 마치 전쟁이 시작하기 전에 적막함이랄까? 하루하루는 전쟁터이다. 어제는 감기 기운으로 마음도 몸도 무거워서 억지로 근무를 하였다. 회사의 일과 법정 의무교육을 온라인으로 듣느라고 힘겨웠다.
일이라는 것이 참 신기해서 시작하면 끝을 보아야 하고, 그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늘 뇌리에 있다는 것이다. 놀때도 쉴 때도 말이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할 때는 모든 소음조차도 차단이 된다. 나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주변의 뿐만 아니라 나의 마음도 이 곳에 휩쓸려 있어서 다른 생각이 들어 올 공간이 없다.
최근 들어 집안의 물건들이 병이 나고 있다. TV도 바구고 냉장고도 바꾸었는데 어제는 드디어 세탁기가 서 버렸다. 한 달 전에 고장 신호가 떠서 교환하려 했는데 이틀 정도 후에 멀쩡이 다시 가동이 되어서 근 한 달을 아무 일 없이 사용했는데 LE라는 문구가 떠서 알아보니 센서 고장으로 이젠 진짜 세탁기를 사야 될 것 같다. 세탁기 모델을 고르고 구입을 의뢰하니 결혼시즌이라서 빠른 배송이 불가하단다. 코로나 상황에도 세상은 돌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가슴 설레는 시절과 마음 무거운 중년에 있는 나는 새로운 노년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정리 중에 집과 가전 그리고 옷가지들에 대한 교환과 정리가 필요함을 느낀다. 혼자 살기에 적당한 물품으로 전환 구매와 축소지향적인 삶을 재 구성해야 할 것 같다. 집 베란다에 꽃과 채소를 심고 심신을 달래 보지만 늘 무언가의 갈증을 느낀다. 삶은 갈증의 연속일까? 요사이 집 밖 풍경이 너무나 화사하여 오히려 내 집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마음의 정원을 꿈꾸지만 아마도 정작 정원이 있어도 한 걸음을 내딛지 않고 집 안에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기에 항상 마음의 문을 열어야 집 밖으로 나가기가 쉬움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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