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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영화로 하루를 살다

영화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한듯하다.

구리에 있는 지회에 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를 상영해 주고 나도 그 자리에서 영화를 보았다.

벌써 이 영화를 5번 정도 본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마음 탓인지 이순재의 연기에 빠져든다. 당대 최고의 배우 윤소정, 김수미가 여과없이 여자 영화배우의 탈을 버리고 본연의 소박한 모습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

마치 이웃에서 평범하게 만나고 있는 사람들처럼... 이른 무더위 속에 눈내리는 장면이 왠지 시원하고 오히려 겨울의 매서움보다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추억의 겨울을 선물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의 성냥팔이 소녀가 우리에게 각인되듯이 이 영화는 무언지 모르는 메시지를 그리고 어떤 생각을 각인 시켜주는 것 같다.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단어다.

처음 이 영화를 볼때는 노인네들 이야기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 울컥하여 나왔고, 두번째 볼 때는 배우들의 표정을 중심으로 영화를 보았다. 오랜 연륜의 노 배우들이 말이 없어도 몸짓과 표정으로 많은 것을 말하는 것을 발견했다.

세번째 볼대는 가족과 무언가를 먹으면서 보았는데, 보다 그냥 잠이 들고 말았고,

네번째는 화면해설을 넣은 영화로 DVD상태가 괜찮은지 점검 차원에서 보았는데, 그날은 내 아버지가 몹시나 그리웠다.

다섯번째 노인계층과 함께 이 영화를 보면서 웃기도하고 잔하기도 하면서 영화를 보았는데 공교롭게 아주 앞줄에서 보다 보니 배우의 얼굴이 너무나 크게 보인다.

송재호, 윤소정, 이순재, 김수미 이들의 공통점은 노배우라는 것, 입꼬리가 모두 위로 올라가 웃는 상이라는 것, 연기자로서 숙성된 인간이라는 것의 공통점이 있다.

대학시절 서릿발 같은 대사를 읊저리던 윤소정배우가 저렇게 나약하고 순박한 사람의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내 젊은 날 내 귓가를 예리하게 찌르던 그녀가 힘을 빼고 아주 낮은 음성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복잡하다.

산다는 것이 저런 것인가?

연기는 무엇일까?

사실 아침에 적도의 남자 촬영이 있어서 PD, 적도의 남자 스텝들 그리고 미모의 이보영탤런트의 연기를 잠시 볼 수 있었는데 오늘 왠지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영화에 푹 빠져 들게 한다.

나는 연극관람을 좋아 한다.

배우의 호흡과 대사를 치는 그 매력이 정말 좋다.

나도 배우도 연극을 보는 동안 한 몸이 되어 같이 호흡을 하니 그 오감각의 즐거움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지금도 대학로에 갈 기회가 있다면 아마도 내가 가장 싫어 하는 사람이 같이 가자고 해도 따라 갈 정도로 사죽을 못 쓰는게 나다. 다행히 주변에 연극과 관련된 분들이 있어서 가끔 대학로에 나갈 수 있음도 큰 축복인 것 같다.

오늘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영화에서 건진 대사는 "당신을사랑합니다!"라는 대사를 이순재가 "당신이란, 니할미에게 만 쓸 수 있는 말이야"라고 답을 한다. 그래서 이영화의 제목이 "그대를 사랑합니다"인 것 같다.

당신과 그대 그 의미와 차이를 마음으로 느껴 본다.

그리고 읊저려 본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나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까?

아마도 내 손주냐석에게나 건낼 것 같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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