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런 명절이 끝났다. 마치 무대 공연을 마치는 것 같은 속 시원함이 있다.
오랫만에 가족들과 마음을 나누고 미사를 같이 보니
아이가 새삼스럽게 "엄마, 명절이 좋기는 좋네."라고 말한다.
보름달도 보지 못한다더니구름에 살짝 숨어 있는 커다란 보름달도 보고,
예년과 달리 천주교 묘지에 직접차례를 지냈는데
기대 밖으로 아무도 늦은 사람이 없이 잘 모여서 오히려 따사로운 해볕 아래에서
준비한 송편과 음식을 먹으니 조상님께 감사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운전을 하지 못하는지라
정말 명절때 아니고는 산소에 오지 않는다.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우리 명절은 참 묘한 매력이 있다.
그것도 감사와 기쁨으로 만나니
참으로 아름다운 명절이요, 멋진 세시풍속인 것 같다.
서양의 요란한 축제는 아니지만 가족단위의멋진 축제로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고 마음을 나눈다면 정말 근사한 가족단위, 마음단위 축제로 인위적 축제와는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올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시고,
며느리들이 준비하는 것으로만 추석을 맞이하셨다.
추석이면 한달 전부터 음식을 준비하던 부지런한 분이 올해는 "너희가 잘하는데, 뭐. "라면 한 걸음 뒤로 물러나셨다. 그러니 더욱 며느리인 우리의 역할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우리도 나이를 먹었음을 실감한다.
서로 팽팽하게 날이 서기도 했던 시절이 있던 동서도 이제는 친구 같고, 우리가 같이 나이를 먹음을 통해 인간적으로 성숙되어 감을 느낀 감사한 명절을 보냈다.
명절 뒤 좋은 친구와 만나 맥주 한잔을 놓고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는 호사도 하였으니, 이만하면 족하다.
아이들이 오늘도 쉬어서 인지
길 거리에 사람이 없다.
우리도 중국처럼 한 반달을 쉬어야 하는 것 아닐까?
생활의 체 바퀴에서 잠시 벗어나 서로에게 다가 갈 수 있음은 큰 축복인 것 같다.
지난 밤는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
오늘처럼 내 마음이 따뜻하고 넉넉하듯이
일상에서도 조바심을 버리고 넉넉하고 여유로워지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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