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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이만하면 만족한 하루다.

모든 일에는 간절함이 있어야 그 일이 빛나는 것 같다.이번 한주 동안 혼자서 옛날 내가 하던 일을 했다. 오래 전 이 일을 했을 때 지금처럼 일을 하면서 즐겁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몸은 고달프지만 마음을 정리하는 듯 주부가 냉장고 청소를 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직원 결혼 휴가로 1주내내 혼자서 일을 했다. 물런 내가 해야 할일은 점점 쌓여가고 나름 지치기도 했지만 그냥 내 일을 묵묵히 하면 되던 그 일을 하니 마음도 편하고 없던 여유가 생긴다.

비가 온 끝자락 날도 청명하고 급한 공부도 불이 꺼졌고, 어느해 부턴가 명절을 잊고 살았는데 올해도 내게는 명절이 없을 것 같다. 어제가 오늘 같은 날의 반복이지만 나는 늘 깨어 있고자 한다. 요사이 독서를 하지 못하니 밥을 먹어도 밥맛이 없다.생각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늘 나를 공허하게 한다. 내 생이 있다면 나는 중이 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물론 중도 수녀도 될 자격이 없어 이생을 보통사람으로 살고 있지만 또 아는가 내가 정신 차려서 내 생엔 그 무엇이 될지?

정작 나의 바람이 있다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고 또한 윤회가 있다면 나는 멸되고 싶다. 한 생을 살기도 버거웠거늘 다시 태어나 또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면 그것이 나는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석가는 불생불멸을 찾아 긴 순례의 길을 택한 것일 것이다. 나는 짧은 가톨릭 신앙생활로 아직 기독교적 천국관이 없다.

불행한 일이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떳떳하게 나는 기독교인이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냥 성당 문지방을 드나드는 하찮은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주일 신자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모든 진리는 하나이기에 그 사람의 방편에 맞는 삶과 근기대로 진리는 길을 열고 보여 주리라. 이른 가을 아침 나는 오늘도 새 소망을 가지고 하루를 열고 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나는 깨어 있고자 한다. 그것이면 충분하고 넉넉하다. 그 보다 더 무엇을 소망할 것인가? 이만 하면 족한 하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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