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D는 중학교 때 가출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친구들을 때려 문제아로 찍혔기에 더는 학교생활을 견뎌내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돈이 더 필요하면 남의 집을 털었다.
그의 절도행각은 남다른 데가 있어 보였다. 딱히 그 물건이 필요해서 훔친 것 같지 않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 웅크린 또 다른 D의 모습이 보였다. 영원히 채울 수 없는 상실감이라고 할까. 심리적 빈곤감이 그를 여러 해 동안 지배한 것 같았다. 이런 사람들은 술만 마시면 물건을 훔친다. 자신의 도벽을 억제하는 빗장이 걸려 있다가 술을 마시면 풀리고, 물건을 훔치는 것이다. 대도(大盜) 조세형처럼 말이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충동장애자라고 한다. 이들은 성적 충동이 생기면 어떻게든 풀려고 든다. 반사회적인 방법일지라도 가리지 않는다. 이런 성격 탓에 D는 혼자 사는 여성을 강간하고 살인한 뒤 그 시체를 다시 강간하는 엽기적인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릴 적에 남의 집, 남의 아버지 얘기 듣는 게 싫었어요. 나는 그들에게 자랑할 아버지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버지 자랑하는 아이들을 두들겨팼죠. 걔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내 아버지가 미웠기 때문이었어요.”
남자친구 어머니를 죽이다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망치로 살인한 20대 여성 E는 대학을 갓 졸업한, 꿈 많은 아가씨였다. 그 사건만 없었다면 번듯한 직장에서 마음껏 그 꿈을 펼쳐 보였을 것이다. 안타까웠다. “딸기우유를 먹고 싶다”던 그녀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E의 아버지는 상습적으로 외도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었다. 거기까지만 들어도 E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황폐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라야 다른 사람은 물론, 자신도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다. E는 집착을 사랑으로 착각한 여인이었다.
E는 대학 시절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처음 맛보는 사랑이었다. 빠른 속도로 그에게 빠져들었다. 문제는 남자친구의 어머니였다. 어찌된 일인지, 그의 어머니는 결혼은커녕 교제까지 반대했다. E는 그에 굴하지 않고 그 남자를 사랑했다.
집으로 찾아가면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문전박대에다 참기 어려운 욕까지 퍼부어댔다. 이런 일이 수차 반복됐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자신의 손에는 망치가 들려 있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E는 수감된 뒤에도 범행을 부인했다. 이는 심리적으로 자신을 억압하는 행동이다. 그는 수갑을 찬 상황에서도 남자친구와 헤어지면 안 된다는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아버지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남자친구에게서 기대했으나, 그것은 집착이지 사랑이 아니었다.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다른 남자를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남자친구는 친구 이상이었다. 아버지의 폭력이 사랑의 결핍으로 변질된 것이다. 순순히 자신의 죄를 털어놓은 E는 나를 아버지로 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연이 안타까워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너무 부담스러웠다. 경찰서에서 헤어진 뒤 우리는 다시 만날 일이 없었다.
교수 아버지의 언어폭력
30대 주부 F는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가출했다. 어린 소녀가 집을 나가본들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어렸을 때부터 몸을 팔아 그 대가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식당에 취직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힘든 일을 견뎌내지 못한 탓이다. 다시 거리의 여자로 살다가 우연히 한 남자를 알게 됐다. 남자가 같이 살자고 해서 결혼으로 이어졌다. 그때부터는 힘들다는 식당일도 주저하지 않고 하면서 돈을 벌었다. ‘남자와 사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계속)
'투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 피가 나네 (0) | 2006.08.26 |
---|---|
인체의 신비 (0) | 2006.08.10 |
4아버지가 무서워요, 그래서 없앴어요 (0) | 2006.06.14 |
2아버지가 무서워요, 그래서 없앴어요 (0) | 2006.06.14 |
1아버지가 무서워요, 그래서 없앴어요 (0) | 2006.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