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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건강

웃음의 건강학 2



웃지 않으면 괴로울 뿐

사람들은 예로부터 웃음이 행복은 물론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고 믿어 왔다. 최근 웃음에 대한 관심은 1979년 <새터데이 리뷰>지의 편집인을 역임한 카즌스가 그의 명저 <환자의 입장에서 본 병의 해부:치유와 재생에 관한 명상(Anatomy of an Illness as Perceived by the Patient : Reflections on Healing and Regeneration)>을 출간하면서부터 되살아났다.

카즌스는 그 책에서 자칫 불구가 되기 쉬운 관절염의 일종인 강직성 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으로부터 자신이 뜻밖에 회복된 경위를 이야기했다. 카즌스는 자신의 행운을 자기 자신이 처방한 통쾌한 웃음 덕으로 돌렸다. 카즌스는 병원측에 부탁하여 자기 병실에 영사기를 설치했다. 그리고는 TV쇼 <캔디드 카메라> 몇편과 희극 배우 브라더스(Max Brothers)의 영화들을 관람했다. 그는 또 간호사들에게 부탁하여 자신에게 유머 책들을 읽어 줄 것을 청했다. 한참 배를 움켜쥐고 웃다 보면 최소한 2시가 가량은 통증을 잊고 지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의아하게 여긴 그의 주치의는 그런 에피소드가 있기 직전과 직후에 염증을 확인하는 검사인 적혈구 침전율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혈액의 침전율은 그 때마다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카즌스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것을 그냥 웃어 넘길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즌스의 책의 1장은 사실상 3년전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이미 발표 되었었다. 그것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그는 무려 3천여명의 의사들로부터 '격려편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5개 의과대학 교수들로부터 교수 자리 제의를 받았으며 결국 그는 1990년 사망할 때까지 캘리포니아 대학 LA 캠퍼스에서 조교수로 봉직했다. 하지만 카즌스의 회복기사에 대해서는 비판의 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회학자는 1981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기사에서 카즌스의 투병이야기를 '비 논리적'이며 '자기 옹호적'이라고 비난했다. 그 사회학자의 견해에 따르면 카즌스에 대한 진단은 그의 주장처럼 명확하지 못했고 그의 예후 역시 그리 절망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카즌스의 이야기가 과학적인 증거에 기초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카즌스의 이야기가 부분적이나마 그 타당성을 인정받게 된 것은 그후 실시된 과학적 연구에서 즐거운 마음가짐이 건강에 이롭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나서였다.

잘 웃는 사람이 오래 산다.

근거가 있건 없건 간에 매일 크게 웃는 것이 좋다는 처방은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진다. 오늘날 미국 전역에 유머 프로그램을 개설한 의료센터들이 많은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유머 도서실과 코미디 이동문고를 들 수 있는데 특히 후자는 입원환자들이 코미디 자료를 자기 방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런 종류의 시설을 갖춘 병원으로는 플로리다 주 클리어워터의 머튼 플랜트 병원, 벌링턴 소재의 버몬트 메디컬 센터, 뉴욕 주 렉스포드에 있는 리버뷰 암 환자 요양소, 뉴욕 주 버팔로에 있는 향군 병원, 뉴멕시코 앨버커키 소재의 뉴멕시코 대학 병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유머가 요법으로서 지위를 획득해 가고 있다는 징조는 다른 데서도 엿 볼 수 있다. 한 예로 캘리포니아에 있는 '웃음과 놀이의 치유력 회의(Conference on the Healing Power of Laughter and Play)'는 1982년 이후 몇 년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있는데 1995년 샌프란시스코 모임에는 500명 이상의 요법사, 상담사, 의사, 간호사 및 일반시민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그곳에 참석한 전문가들에게는 심지어 평생교육 학점까지 제공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뉴욕 사라토가 스프링스에 있는 유머 프로젝트 역시 비슷한 성격의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하여금 유머와 창조력이 지닌 치유력을 십분 활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 유머 프로젝트의 목표이다. 이 조직의 창설자이자 총재인 굿맨(Joel Goodman)박사는 요즘 저자, 상담사, 연사로 매우 인기가 높다.

스탠퍼드 대학의 정신의학자 프라이(William Fry)는 근육계, 호흡계, 심혈관계, 내분비계, 면역계, 신경계 등에 영향을 주고 웃음과 쾌락에 관련된 일련의 생리적 변화를 연구해 왔다. 프라이의 설명에 의하면 웃음은 그 시작 단계에 일종의 자극 효과를 지니며 일단 그것이 가라앉고 나면 짧은 이완 기간이 뒤 따른다. 특히 통쾌한 웃음은 다수의 근육들을 활성화시켜 일종의 신체 내부적 운동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런 현상은 특히 침대에 오래 누워 있어야 하는 환자나 휠체어 환자들에게 이롭다. 이에 비해 웃음 뒤의 이완 현상은 근육 긴장을 풀어 주기 때문에 신경 통증이나 관절염 환자들이 흔히 경험하는 발작-통증 사이클에 제동을 걸어준다.

유머와 면역계의 관계

여기서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면역계와 관련된 웃음의 효과이다. 이 분야의 권위자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마 린다 의과대학의 조교수인 버크(Lee Berk)박사이다. 버크 박사는 현재 적극적인 정서상태에 수반되는 유스트레스(Eustress), 즉 '건강한 스트레스'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버크의 설명에 따르면 '유스트레스는 정확히 스트레스의 반대 개념'이라고 한다.

1995년 행동의학 학회에서 발표된 보고서에서 버크 박사와 동료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어떤 특수한 인터페론이 백혈구에 의해 생성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문제의 보고서는 소수의 건강한 젊은이들을 상대로 그들이 60분짜리 유머 비디오를 관람하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그들이 비디오를 관람하기 전, 관람도중, 관람후,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그들의 혈액을 채취했다. 그 결과 젊은이 들의 인터펜론 수치는 비디오가 시작되기 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적어도 하루 동안은 그런 상태가 계속 유지 되었다. 연구진은 그 이전에도 유머에 접한 사람들은 면역계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보고 한 바 있다. 그들의 T세포, 내츄럴 킬러 세포, B세포 뿐만 아니라 항체기능을 가진 단백질의 총칭인 면역 글로불린(Immunoglobulin)도 보다 활성화된다는 보고였다.

버크 박사와 동료들은 그 이전에도 이른바 '통쾌한 웃음'에 의해 야기되는 몇몇 신경내분비 및 스트레스 호르몬의 변화를 밝혀 낸 적이 잇다. 1989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 연구진은 유머 비디오를 보고 나면 혈중 에피네프린 수치와 혈중 코티솔(Cortisol)수치가 감소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코티솔 수치였는데 그것은 이 코티솔이 이른바 스트레스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일종이기 때문이었다.

버크 박사는 웃음이 면역계와 내분비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프런티어 중의 프런티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인다. "유스트레스가 면역계의 구성 분자들을 조정한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뒤에 굉장한 비밀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대체 요법과 건강

웃음과 즐거움이 정말로 건강을 촉진시킨다면 농담 소리나 황혼 풍경 역시 신체에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도 그것이 사실이라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 앞서 언급한 하우스의 터캄시 연구가 밝혀낸 것들 가운데 하나는 유람 여행이나 피크닉을 자주 가는 사람, 문화 행사나 스포츠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사람들은 사망률도 낮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만약 기쁨의 소용돌이를 느끼기 위한 어떤 지침을 바란다면 과학은 심지어 그런 것까지 제공해 줄 수 있다. 자주 언급되는 사실이지만 스탠퍼드 대학의 약학 교수 골드스타인(Avram Goldstein) 박사는 1980년 어떤 형태의 자극이 인간에게 스릴, 즉 짜릿한 쾌감을 가져다 주는지를 연구했다.

골드스타인은 자신이 근무하는 약물중독 연구 재단의 직원들과 스탠포드 의과대학 및 음악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것이 비록 무작위적 샘플은 아니었지만 응답자들의 반응은 매우 흥미로운 데가 있었다. 유일하게 항목별 체크 리스트를 받았던 음악대학 학생들의 3분의 2이상은 다음과 같은 자극 요소가 짜릿한 쾌감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

- 음악적 특정 소절들 -음악대학 학생들에게는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사실은 과학자나 의과 대학 학생들 가운데서도 이것을 지적한 사람이 적지 않다.

- 영화나 연극, 발레, 책에서의 어떤 장면
- 다른 사람과의 신체적 접촉
- 오페라에서의 극적인 장면
- 향수에 빠졌을 때
- 성적행위
- 아름다운 그림, 사진, 조각품을 감상할 때
- 인간관계의 감동적인 장면을 목격할 때

앞의 리스트가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음악, 미술, 인간관계, 감정의 표현등은 우리가 이제까지 논의해 온 주제들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드스타인이 애초에 그런 주제들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던 이유는 엔드로핀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그는 음악이 짜릿한 쾌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래서 10명의 조사 대상자에게 신체 내의 천연 아편을 차단할 수 있는 약물을 투여했다. 그러나 그는 그 과정에서 약물은 일부 대상자들에게 음악적 쾌감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인간의 뇌에는 어떤 화학물질들이 있어 끊임없이 신체 건강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어쩌면 우리는 골드스타인의 연구 등을 통해 최상의 상태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자연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몸과 마음의 관계'중에서 (린다 와스머 스미스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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