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 옷보다 내 몸에 길들여진 낡은 옷이 참 좋다.
새로운 것은 눈을 유혹하고 시대 감각에 맞아서 좋기는 하지만 그 옷에 내가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적당히 늘어지고, 소매 끝이 벌어진 옷이지만 나는 그래도 평소 입던 옷이 참 좋다.
소소하게 폴라티 하나를 바꾸어 입어도 요즘 사 입는 옷은 몸에 너무 달라 붙어서 몸을 옥조이고, 마치 콜셋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생겨서 나도 모르게 몸이 긴장되고 편안하지가 않다.
옷이란 사람의 맨 몸둥아리를 가리기 위해서 이브가 입었던 것이다.
패션이란 것도 어쩌면 인간의 유희치고는 정말 고약한 존재인 것 같다. 가끔 나는 어려서 한복을 만드는 작은 어머니 작업실을 가서 놀곤 했는데 그 누가 입어도 품위가 있고, 몸을 편아하게 해 주는 작은 엄마의 그 한복을 입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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