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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나눔

실리콘밸리의 아시안 파워

[특파원 칼럼] 실리콘밸리의 아시안 파워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인터넷 기업 구글에는 인재가 모여든다.

이미 구글은 미국 내 내로라하는 경영학 석사(MBA)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각종 설문조사에서 미국 내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직장으로 꼽히고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직장인들뿐만 아니다. 수천만 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는 재력가들도, 뇌수술 하는 의사들도 구글러(googler)로 변신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의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일까. 연봉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이들에게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더욱 중요하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거침없이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더 매력적이다. 어떤 사람은 정확히 구글이 직원들을 뽑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구글을 선택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신규 고용 창출이 32주째 늘고 있다. 지난달 들어서만도 새롭게 생긴 일자리가 5000개나 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닷컴시대만큼은 못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부활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실리콘밸리는 세계 최고 기술과 지식은 물론 가장 우수한 인력과 교육 여건이 갖춰진 곳"이라고 강조한다.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에 필요한 돈은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고, 이에 필요한 법률과 금융, 회계 분야 인프라스트럭처 역시 최고 수준이다.

실리콘밸리에는 보스턴이나 텍사스는 물론 유럽의 다른 어떤 도시도 갖지 못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존재한다.

실리콘밸리가 원하는 인재는 기술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컨버전스(융합)`다. 과거처럼 한 분야 전문가가 각광을 받는 시대는 지나갔다. 전문성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동시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우대받는다. 과학적인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비즈니스적인 감각과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을 존중한다.

주목할 것은 실리콘밸리 동력을 주도하는 축으로 성장한 중국과 인도의 경우 이 지역 내 거대한 인재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도 우수한 인재를 확산시키면서 원천기술을 비즈니스 모델에 응용시키고, 기술과 비즈니스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가고 있다.

중국과 인도계 네트워크는 실리콘밸리의 명실상부한 `파트너`이자 `파워`로 성장했다. 실리콘밸리의 메이저 기업들에 `경쟁력 있는` 인재 풀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기업들은 미국 기업이면서도 사실상 중국계나 인도계 기업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인 다양성(미국인들이 보기에)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마음대로 표출하고 있다.

영어를 하면서도 중국어와 인도어를 함께하고, 완벽하리만큼 미국화했으면서도 문화적 동질성과 자신의 정체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배경으로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이나 인도에 돌아가 `그들의 기업에 직접 들어가 일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상황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는 많은 인재들이 돈보다는 근무 여건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적인, 인도적인 정체성을 갖게 하는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을 확실하게 가동하고 있다.

국내 한 기업의 사례가 우리에게도 좋은 방향성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기업은 실리콘밸리에서 한국계 인재를 스카우트할 때 "다른 직장보다 두 배, 세 배 더 줄 테니 우리 회사로 오라"고 연봉 조건을 우선적으로 내걸지 않는다. 구태여 한국에서 일해야 한다고 고집하지도 않는다. 대신 "있고 싶은 데 있어라. 우리를 도와 달라. 우리의 엔지니어가 돼 달라"고 주문한다.



[LA = 김경도 특파원 august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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