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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나눔

미래의 책 - 주원익

미래의 책 - 주원익

하늘과 바다가 입맞춤하는

그 아득한 지평에서

당신은 처음 나를 건너왔다

읽혀지는 순간 나는 완성되고 온전히

허물어졌다



한 권의 책이 미래처럼 놓여 있다

너무 많은 구름과 문장들을 나는 건너왔고

당신이 나를 건너가는 동안

미래는 이미 흘러가버린 문장들



침묵은 침묵 속에서 지속된다

(중략)





올 여름 문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신예 시인의 작품이다. 책에 대한 성찰이 상큼하다. 사랑이나 숙명을 노래하는 대신 이 시인은 책과 자신의 만남을 노래한다. 창문틈으로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 공부방이었든 아니면 서가가 빽빽이 서 있는 도서관이었든 책과의 만남은 언제나 신선하다. 그 책들이 침묵 속에서 시위하는 걸 보면서 시인은 시를 떠올린 듯하다.



[허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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