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사랑하기 위한 기도'-프랑시스 잠(1868-1938)
고통만을 지닌 나는 그 고통 말고는 바라는 게 없습니다
충직스러웠던 고통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나의 영혼이 내 마음 바닥을 빻고 있던 때에도
고통은 늘 내 곁에 앉아 나를 지켜 주었으니
어찌하여 고통을 원망하겠나이까?
오 고통이여, 네가 나를 절대로 떠나지 않으리라 확신한 이상,
보라, 나는 마침내 너를 존경하기에 이르고 말았구나
아, 나는 알고 있다, 있는 것만으로도 네가 아름다움을
너는 마치 가난하고 침울한 내 마음의
서글픈 화롯가를 떠난 적이 없는 자들과 같다
오 나의 고통이여, 지극히 사랑스런 여인보다 좋은 너,
단말마의 아픔에 시달리게 될 때도, 고통이여, 너는
네 마음속으로 여전히 비집고 들어오려고
내 이부자리 속에서 나와 함께 가지런히 누워 있을 것이기에.
잠이 33년이나 살았던 피렌체 산맥이 보이는 오르테즈의 집을 본 적 있다. 윤동주의 시에서 처음 만난 잠의 집 문전에서 손끝이 떨렸다. 잠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작은 창에는 고통은 남아있지 않았다 연인보다 좋고 존경하기에 이른 잠의 고통은 그의 이부자리에도 없으며 고통을 거친 그의 안락만이 있었다. 그의 집 앞 한번 쓸어 주고 싶었다. 철 대문만 쓰다듬다 왔다. 평화 속에 그의 고통은 영면하고 있는가. 그의 고뇌 찬 기도가 저리다.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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