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화(鉛筆畵)’-황동규(1938~)
눈이 오려다 말고 무언가 기다리고 있다
옅은 안개속에 침엽수들이 침묵하고 있다
저수지 돌며 연필 흔적처럼 흐릿해 지는 길
입구에서 바위들이 길을 비켜주고 있다
뵈지는 않지만 길 속에 그대 체온 남아 있다
공기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무언가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입으리
곧 눈 내리겠다. 흐릿한 회색빛의 눈안개가 고요히 비단처럼 깔린다. 그 시간이 연필화처럼 다정하다. 연필이란 단어는 우리 가슴에 진한 금을 긋는다. 그 흐릿하고 유연하고 조금은 헐렁한 공간 속에 연필화는 옅은 안개로 스멀스멀 다가온다. 그대 체온이 남아있는 그 공간 숨이 들고 나는 살아있는 공간 어느 길이든 그대가 있겠지만 바위가 길을 비켜주는 그 길의 속살 속에서 눈송이와 부딪쳐도 상처 입을 그대가 있다.
<신달자·시인>
눈이 오려다 말고 무언가 기다리고 있다
옅은 안개속에 침엽수들이 침묵하고 있다
저수지 돌며 연필 흔적처럼 흐릿해 지는 길
입구에서 바위들이 길을 비켜주고 있다
뵈지는 않지만 길 속에 그대 체온 남아 있다
공기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무언가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입으리
곧 눈 내리겠다. 흐릿한 회색빛의 눈안개가 고요히 비단처럼 깔린다. 그 시간이 연필화처럼 다정하다. 연필이란 단어는 우리 가슴에 진한 금을 긋는다. 그 흐릿하고 유연하고 조금은 헐렁한 공간 속에 연필화는 옅은 안개로 스멀스멀 다가온다. 그대 체온이 남아있는 그 공간 숨이 들고 나는 살아있는 공간 어느 길이든 그대가 있겠지만 바위가 길을 비켜주는 그 길의 속살 속에서 눈송이와 부딪쳐도 상처 입을 그대가 있다.
<신달자·시인>
'명상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련곡/허난설헌 (0) | 2007.10.22 |
---|---|
너무 가볍다/허영자 (0) | 2007.10.22 |
고통을 사랑하기 위한 기도/프랑시스 잠(1868-1938) (0) | 2007.10.22 |
억새/이근배 (0) | 2007.10.22 |
산과 계곡을 넘어서 (0) | 2007.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