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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글모음

채련곡/허난설헌

채련곡’-허난설헌(1563~89)

맑은 가을 긴 호수에 벽옥 같은 물 흐르고
무성한 연못 속에 목란배를 띄웠다네
임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가
남의 눈에 띄었을까 반나절 무안했네
  



사랑은 숨기지 못하고 들키는 것이라고 했던가. 벽옥 같은 가을호수에서 님을 만나려는 두근거리는 심정이 보인다. 누가 보기나 할까 무성한 연못 속에 숨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연밥을 던지는 떨리는 마음이 조심스럽다. 아무도 없다 그러나 떨린다. 그러나 수줍다. 님을 만나는 순간 홀로 얼굴 붉히는 사랑을 본다. 반나절 무안한 사랑, 예나 지금이나 그 무안한 사랑 참 아름다워 보이네.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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