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상식

라틴아메리카 증시 잘나가는 이유는?

라틴아메리카 증시 잘나가는 이유는?
라틴펀드 60% 차지한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 오르자 급등세
원자재값ㆍ환율영향 많이 받아

라틴아메리카 지역 시가총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 증시의 가파른 상승이 꺾일 줄 모른다. 주가수익비율(PER)은 11.2배로 인도(16.7배)와 중국(14.2배)보다 낮다. 라틴 지역에는 브라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멕시코 칠레 페루도 눈여겨볼 만하다. 라틴 펀드는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나홀로 강세'를 연출하고 있다.

브릭스(BRICs) 대표 국가인 브라질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브라질 증시는 라틴 지역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증시 강세는 신흥시장 성장과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필연적인 결과라고 진단한다. 지난 4월 30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 적격등급인 BBB-로 상향 조정한 것이 증시 랠리에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는 대형 연기금 보험사 등의 브라질 증시 유입이 구조적으로 가능해졌고, 자본 조달 비용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브릭스 국가 중에서 가장 저평가됐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브라질 주가수익비율(PER)은 11.2배로 인도(16.7배)와 중국(14.2배)보다 낮지만 러시아(9.6배)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각국 금리 수준에 따라 저평가 여부 판단은 달라지겠지만 최근 증시 상승으로 PER도 올랐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기업 수익성도 주목할 만하다.

MSCI브라질의 경우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저점을 기록한 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EPS 상향 조정 비율을 봐도 라틴 지역이 10.8%로 중동(5.2%) 유럽(2.7%) 아시아(0.1%)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허재환 연구원은 "라틴 지역 이익성장률은 이머징시장에서 돋보인다"며 "라틴증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브라질은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적 안정을 찾아가는 구조적 변화가 장을 끌어올린 근본원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세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순채권국으로 전환됐고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에 달한다는 점은 경제 안정성을 높이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정부 지원책으로 고용환경이 개선되면서 민간소비가 성장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원자재 수입국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는 반면 브라질은 원자재 생산국으로 인플레이션율이 낮은 편이다. 또 러시아는 원유와 가스에 집중된 반면 브라질은 철광석 등 비철금속과 농산물 자원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미국 수출 비중은 20% 수준으로 다른 라틴 지역에 비해 의존도가 낮다는 점도 미국 경기침체 영향에서 비껴갈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브라질 증시의 고공행진은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2003년 2만 수준에 머물렀던 브라질 증시는 2006년 6월 이후 배 이상 급등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술적 분석상 5월 초 강력한 저항선인 6만6000을 뚫은 브라질지수는 상승 추세가 견조하게 이어지다가 8만 선에서 강력한 저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의 유명 건축물인 "구세주 그리스도 상"
신용등급 상향 효과가 단기적으로 시장에 먼저 반영됐고 급격한 내수소비 성장으로 오히려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인구 대우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증시는 라틴 지역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 수준에 도달했으나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높였던 편입 비중을 줄이고 있다"면서 "멕시코와 페루 등 주변 라틴 지역으로 투자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멕시코는 미국 경제 둔화에 대한 염려로 과도하게 하락했고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 제조업 부품 수출이 견조해 산업 생산이나 투자활동지수, 소매판매증가율 등이 올해 들어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칠레와 페루 증시는 시장 규모는 작지만 EPS 증가 추세와 풍부한 부존자원 측면에서 후발주자로 성장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품시장 변동성이 증시보다 크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영향으로 브라질 증시가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라틴 증시에 투자하려면 매수 시점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증시의 60%가 소재와 에너지 등 원자재 관련 섹터인 반면 유사 조건의 인도네시아 증시는 금융주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브라질이 원자재 가격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셈이다.

최세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브라질은 헤알화 강세와 인플레이션이 증시 업그레이드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최근 변화 속도가 빨랐다는 점에서 역으로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헤알화는 중국 위안화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평가절상되고 있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학균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나타나고 있는 상품 가격 강세는 단지 달러화 약세의 반영물만은 아니며, 미국 물가지수 발표와 함께 인플레이션 우려가 글로벌 증시 전반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