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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대관령 바람으로 5만가구 전기 만든다

대관령 바람으로 5만가구 전기 만든다
풍력발전기 49대 가동 최대 98㎿ 전력생산
가동률 27%…풍력선진국 독일에도 안 뒤져

◆신재생에너지 현장을 가다 ③◆  

강원도 횡계 버스터미널에서 자동차로 20여 분을 달리면 해발 1100m 대관령 초지에 펼쳐진 대단위 풍력단지가 나타난다. 2006년 10월 완공된 국내 최대 규모의 강원풍력단지다. 2㎿급 대형 풍력발전기 49대가 서 있는 풍경은 감히 접근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위압감을 준다. 풍력발전기 한 대당 크기는 높이 60m, 넓이 40m에 달한다. 현장 직원은 "3300만㎡가 넘는 드넓은 대관령 용지에 풍력발전기 49대가 곳곳에 위치하다 보니 차량으로 전부 둘러보는 데만도 반나절이 걸린다"고 말했다.

원풍력단지의 최대 발전용량은 98㎿로 국내 최대 풍력발전 규모. 연평균 가동률도 26~27% 수준으로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풍력발전을 위한 대관령의 지리적 위치가 그만큼 좋다는 것이다. 풍력발전이 활발한 독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원풍력 협력업체인 독일 엔지니어링 회사 '라마이어'의 파견 근무자인 롤란드 리스 씨는 "전체 전력의 4% 이상을 풍력발전으로 조달하는 독일도 평균 가동률은 24% 수준"이라며 "강원풍력의 이용률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강원풍력단지에 유니슨이 설치한 2㎿급 풍력발전기 49대가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원풍력단지는 이러한 대관령의 지리적 이점을 안고 출발했다. 2001년 유니슨과 강원도, 라마이어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2005년 4월 착공해 2006년 10월 완공하고 전기 생산에 들어갔다.

원풍력은 생산한 전기를 송전선로를 이용해 한국전력에 ㎾당 107원에 판매하고 있다. 한전이 자체 발전소에서 중유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해 드는 비용보다 오히려 낮은 가격이다.

예컨대 LNG를 통해 생산하는 전기 생산단가는 최근 ㎾당 140원까지 뛰었다. 한전 처지에서는 비싸진 연료로 발전소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기보다는 강원풍력에서 전력을 사다 쓰는 것이 오히려 싸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생산의 초기 단계인 풍력발전에 정부가 지원하는 발전차액을 고려하면 잠재력은 더욱 커진다. 특히 석탄이나 LNG 등 화석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이를 이용한 전력생산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풍력발전은 일단 시공만 되면 원재료 값이 들지 않는 강점도 크다.

엄영민 전력거래소 과장은 "풍력발전은 일반 연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경제성을 빠르게 획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강원풍력은 풍력발전단지를 세우기 위해 총공사비 1600억원을 들였지만 매년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수익으로 지난해 매출 250억여 원에 순이익 75억원을 올렸다. 강원풍력은 지난 2월에는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1억원이 넘는 추가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유럽 풍력에너지협회에 따르면 화석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풍력발전 원가가 계속 떨어질 경우 2020년에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12%를 풍력이 담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반해 풍력발전이 한국의 전체 발전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6%에 불과하다.

풍력은 재생자원으로서 설치비용을 빼면 이후 투입되는 비용은 거의 없다는 게 큰 강점이다. 하지만 국내에 풍력발전이 활성화되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박대문 강원풍력 사장은 "한국의 경우 풍력발전기 설치에 적합한 용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풍력발전 단지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많이 불고 도로 등 인프라스트럭처가 갖춰져 있어 설치가 용이해야 하는데 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곳은 드물다는 것이다. 대관령은 이미 목장이 조성돼 있어 단지를 조성하기가 쉬웠지만 이런 용지를 찾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풍력 발전 보급을 막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유니슨이 제주 난산에 추진하고 있는 풍력단지는 2006년부터 주민 반대로 '올스톱'된 상태다.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소음과 발전기가 돌아가면서 생기는 그림자가 동식물의 생육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발전기가 제주 관광지의 조경을 망친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실장은 "풍력발전 선진국도 사업 초기에는 갈등을 겪었다"면서 "기업, 지방자치단체, 주민 간에 이해와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시아 전체 풍력발전 용량은 2006년 10.7GW에서 2010년 29GW로 연평균 28.3%의 가파른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에 반해 한국의 발전설비 용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은 강원풍력 외에 영덕에 39.6㎿, 제주 한경과 행원 등에 총 30㎿를 포함해 새만금, 난지도, 양양, 태백, 울릉도, 포항 등 2007년 기준으로 총 170㎿급의 단지가 조성돼 있다.

정부가 2003년 발표한 제2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1년까지 전체 전력의 1.4%를 풍력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평창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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