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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공무원연금 `10년간 40조 적자` 경고에도 개혁 뒷짐

공무원연금 "10년간 40조 적자" 경고에도 개혁 뒷짐
급여 수준은 OECD서도 상위권… "국민연금과 통합하라" 여론 거세

공무원연금 재앙 시작됐다 ①◆

= 내년 공무원연금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채워넣어야 할 금액이 예상을 크게 뛰어넘어 2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적자액 규모가 1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지 불과 1년 만에 두 배로 커지는 것이다. 퇴직 공무원들이 타가는 연금이 밑바닥을 드러내자 적자를 메우기 위해 들어가는 국민 세금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공공 부문 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한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주무 장관인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에 개혁안을 처리하겠다며 시기까지 못박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새 정부는 상반기 내에 시안 마련조차 못했다. 개혁안을 논의하는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공무원노조 참여 이후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국민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무원노조와 타협을 통해 당초 개혁안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으로 합의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내년 적자 2조원 웃돌 듯

= 공무원연금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2년 설립한 공무원연금공단은 현재 기금을 쌓아두고만 있다. 지난해 금융자산 운용, 주식ㆍ채권ㆍ사모펀드 등 투자를 통해 5814억원 규모 기금운용수익을 올려 기금 5조원을 적립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 연금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적자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연금 적자는 사상 처음 1조원대로 올라섰다. 내년에는 당초 예상액 1조8192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2조500억원을 기록해 2조원대를 또다시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금지출 분야에서는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셈이다.

행안부가 내놓은 공무원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10년간 누적 적자는 40조원이 넘는다.

이는 연금 수급자가 1992년 3만4000명에서 2005년 21만8000명, 2007년 25만3000명으로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 수급 기간이 길어진 것도 공무원연금 적자에 한몫하고 있다.

◆ 세계은행ㆍOECD도 개선 권고

= 연금재앙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나서 수년 전에 우리나라 공무원 연금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OECD는 이미 2003년 한국경제검토보고서에서 재정안정화를 위한 개혁과 함께 국민연금과 통합하라고 제시했다. 세계은행도 앞서 2000년 수급 개시연령을 65세까지 상향 조정하는 등 단기적 처방과 함께 국민연금과 동일한 급여 산식으로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2006년 세계은행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무원연금제도 급여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상위권에 속한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것이 한국 공무원연금 구조다. 한국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퇴직 전 소득 대비 총연금급여 비율)은 76%로 영국 67%, 그리스 69%, 프랑스ㆍ독일 75%보다 높다. 복지 선진국이라는 스웨덴(73%) 노르웨이(66%) 핀란드(60%)는 수치가 더욱 낮았다.

세계 각국이 국가재정 부담을 심화시키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시키고 있는 것도 주목할 현상이다. 아르헨티나를 포함해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페루 등은 신규 임용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고, 기존 공무원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으로 전환하는 등 구조개혁을 하고 있다.

◆ 연금개혁안 되레 뒷걸음질

= 상황이 이런데도 연금개혁은 더디기만 하다. 공무원노조 반대 때문이기도 하다.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코너에 몰린 행안부는 국민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졸속 개편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편안은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았던 지난해 1차 연발위안보다도 더욱 퇴보한 개악안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발위 한 위원은 "1차 연발위안은 기존 공무원과 신규 임용 공무원을 분리해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 수준으로 수급 구조를 바꾸고, 기존 공무원 부담을 최소화하는 내용이었다"며 "하지만 정부는 신규 공무원도 기존 공무원에 포함시켜 기여율(보험료)만 올리고 지급률 감소는 최소화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규 공무원을 차별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노조 측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노조 측은 예비노조원인 신규 공무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연금제도 개편안에 동의하게 되면 향후 노ㆍ노 갈등을 초래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노조와 정부 행태에 대해 국민들은 "공무원은 언제나 특혜 대상이냐"고 반발하면서 즉각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 조윤남 씨는 "국민 세금이 공무원 사금고인가. 정부는 당장 국민연금 수준으로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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