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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봄 꽃 같은 사람

앞집의 이사가는 소리로 눈을 떴다.

이제 다시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사이겠지. 그 댁의 자녀가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도록 눈인사로만 지낸 이웃이지만 많이 아쉽다.

벚꽃이 피어나는 계절에 이사를 가는 그 집이 참 부럽다.

너무 한 곳에 오래 살다보니변화가 없어서지루함도 있다.

우리 동네 벚꽃나무가 청첩장을 내미는 처녀아이처럼 살포시 수줍게 꽃을 피우고 있다. 아침 산책 길에서 만난 꽃이 낮에는또 다른 꽃 망울이 피어 오르고 있다. 마치 아이가 자라나듯이 꽃은 제매력을 발산하여 저절로 눈이 가게 한다.

사람도 이와 같아서 정말 매력적인 사람은 저절로 눈이 간다.

나는 매력이 없는 사람이다.

사람으로의 매력이 없음은 참 비극인 것같다.그러다 보니 책과 씨름을 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가까운 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매력에 나도 모르게 끌리는 것을 보면서 정말 그들이 매력이 넘치고 정말 다이나믹하다는 것은깨닫게 된다.

활력이 있고, 웃음이 있고,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이 있거나, 최근 좋은 일이많은 사람을 만나면 나도 생기를 얻고 힘이 난다. 그의 행복감이 나에게 전달이 되는 것이다.

산수유가 피고, 목련이 피고, 벚꽃이 피어오르는 이 맘때에 지인의 화집 발간 소식과 예쁜 초대장이 도착했다.

그동안 미루어 오던 오랜 친구 순희를 이 장소에 초대를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만나오던 사람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얼마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다 주말은 결혼식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년기가 된지인들이 과연 전시장에서 몇 명이나 볼 수 있을까?

아직도 내 번개 문자를 보고 나오는 친구와 지인들이 나는 참 좋다.그들이 나의 재산인 것이다.만나면 좋고, 시간의 차를 그리고 언제 마지막으로 만났는지가 문제되지 않는 그 사람들이 나는 참 좋다.

이웃과 문을 열고 왕래를 하지 못하고 살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이들과의 만남은 나에겐 축복이다. 재주가 많은 사람들이라 가끔 만나도 그들은 나에게 인생 공부를 시켜 준다. 그들과 차 한잔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나는 내가 회의에 빠진 일에서 헤어날 수가 있다.

오늘은 인사동에서 하루를 보낼 계획이다.

그들과의 만남과 산책을 하면서 나 자신이 평소 느끼는 옥쪼이는 것들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가 있다.

살아가는 동안, 꽃처럼 고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나는 봄 보다 더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