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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마음의 평화

봄나들이 끝에 감기 기운이 있다. 아무래도 노천 카페에서 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감기와 푸석함이 있으니 주말이 그립다.

4월의 앓이를 마치고 내 마음은 이미 5월에 가 있다.

산다는 것이 늘상 한두달을 빨리 살다 보니 사실 1년이란 시간이 너무나 짧다.

나이 오십에 시간이 짧다면 정말 노인이 되어서는 얼마나 시간이 빨리 가는 걸까?

오랫만에 시 어른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늘 내 곁에 있어 주시기에 든든하건만 하루 하루 목소리가 낮아질 때면 마음이 아프다.

지난번 김유정역 근처 전원주택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우인들을 보았다.

한가로운 시골마을에서 마음 맞는 이들과 그림을 그리고 자연을 감사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그들의 시간적 여유로움이 참 부럽고 그들의 안목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산 목련과 진다래와 생강나무가 어우러진 시골 면단위 마을에서 한가로운 노년을 보낼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한 복이 없는 것 같다. 작은 마을의 개 짓는 소리가 산마루에 머물고되새김하는 누런 소의멀둥멀둥 오히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참 재미있다.

누가 소이고 누가 사람인지 알수 없는 느낌, 소들이 낯선 나를 바라다 본다.

아마도 이 곳에서는 나는 이방인 그들이 이 마을의 구성인 까닭일께다. 30분이면 이 동네를 다 둘러 볼 정도로 작은 곳에서 나는 산중 마을에서도 찾아 보기어려운 한가로움과 편안하함을 느낀다.

지하철이 생겨 이 산간 마을이 세상 밖으로 나왔겠지만 작은 마음의 평화를 주는 이곳이 참 기억에 남는다. 강가를따라서 서울로 상경하면서 아직 이른 봄을 보고, 도심 가운데 인사동에서 무르익은 봄을 만났다.

봄과 나 그리고 자연속에서 나는 기침 감기 기운이 있지만 그래서 봄날의 하얀 벚꽃 속에 거니는 내가 참 행복하다. 까만 나무 가지 때문에 더 더욱 희고 화사한 법꽃 길을 걷다 보면 걸음조차 천천히 걷게 된다.

나른한 봄날, 점심시간은 참깐 나가서햇볕을 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