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병일기

꽃비가 내리 던 주말

신변의 변화라는 것이 이런 것 일까?

작은 일에도 충격을 받는다. 오랜 친구도 만나 보았고, 해야 할 일들도 정리가 되니 책상머리에 앉아도 이제 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지난 주말 비 속에 광나루 강변에 있었다.

자원봉사활동을 위해 나갔는데 오전에 가는 비라더니 여름비처럼 쏟아 붇고 거기다 강가라서 였는지 바람까지 불어서 감기 기운이 있는 아들과 나는 오전 행사만 의무 참여를 하고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아마도 날씨가 좋았다면 참 보람찼을 텐데.... 어느 해인가, 오세훈 시장님이 나오셔서 난타 공연도 보고 나무도 심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가 심었던 나무가 아마 잘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먼 후일 그 나무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그 강가를 거니는 사람들이 꽃을 보고 사랑을 속삭일까? 요사이 나는 출근길에 학교 담 옆에 피어나는 3그루의 도화꽃을 보면서 그 빛깔의 현란함과 유혹에 숨이 멎을 것 같다.

일상의 길가에 피는 꽃이라 무심히 지났쳐 오다가 어느날 내 눈에 보여진 이 나무는 해마다 4월이 되면 내 마음을 핑크빛으로 물들게 한다. 그 누군가와 그 나무 아래서 차 한잔을 나누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든다. 삼국지의 사내들은 의형제를 맺었는지 몰라도 나는 남몰래 수줍운 마음을 나누고 싶다.

벚꽃은 일본 꽃임에 분명하다. 화려한 자태와 사그러짐도 너무나 빠른 꽃,꽃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어, 눈이 오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올해가 너무나 추위가 심하여 4월에 눈도 보고 있으니 나올 만한 얘기다. 눈처럼 내리는 꽃비 속을 거닐고 있으면 내가 동화 속의 소녀가 된다. 꽃비가 내리고 세상이 참 아름다웠는데 그 동안 나는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내 청춘시절에 어디서 방황을 하고 있었을까?

왜, 세상이 이처럼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는 것을 이 나이에 알수 밖에 없을까?

세상은 그대로 인데 내가 알고 보고 인식하는 것만 믿고 알아왔기에 나는 세상을 편엽하게 살아 왔음을 깨닫는다. 꽃비가 내리는 오늘 현재를 사랑하고 감사하고 만끽하리라.

세상을 남의 눈과 남의 글과 남의 생각으로 보지 말고, 내 눈과 내 생각과 내 감각으로 바라면서 남은 날을 살아가야겠다.

허상과 헛 것에 속아 정작 내가 내 마음으로 진심으로 알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몇개나 되는 걸까? 내 마음 조차 알지 못하고 바깥 것에 길들여져 있는 나는 이제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 하루라도 솔직하게 내 세상을 바라다 보고 싶다.

빠른 전자시대에 나는 철저한 아나로그가 되어도 좋다. 진정한 내 삶의 기쁨을 찾을 수 있다면...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