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회는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하다가 뱃전에서 간단하게 배고픔을 달랬던 간이음식이다. 제주 해녀들이 물질에 지쳐 허기질 때, 새참으로 한 그릇 먹고 다시 일에 나섰던 음식이다. 요리법도 간단하다. 오징어 도다리 가자미 자리돔 한치 등 갓 잡아 올린 생선을 회로 뜬 뒤, 여기에 온갖 야채를 썰어 넣고 양념장으로 버무린다. 그리고 얼음물을 부어 먹으면 끝이다. 어부와 해녀들은 후루룩 국물 마시듯 물회 한 그릇 먹고 다시 작업에 나섰다. 동해안에선 양념장에 고추장을 주로 쓰지만, 제주에선 된장을 주로 쓰는 게 다르다면 다르다.
물회는 우선 생선이 싱싱해야 한다. 씹히는 맛이 푸석하거나 물컹하고 무른 것은 물회가 아니다. 생선은 어느 것이든 제각각의 독특한 맛이 있다. 오징어, 도다리, 가자미, 한치, 자리돔뿐만 아니라 새우, 갑오징어, 참치, 우럭, 꽁치, 전복, 소라, 쥐치 등도 물회로 먹으면 일품이다.
물회에 넣는 야채는 오이, 무, 양파, 당근, 상추, 깻잎, 부추, 돌나물, 미나리, 배 등 거의 모든 게 가능하다. 가늘게 채 썰어 넣는 게 좋다. 국물도 어부들의 뱃전 물회에선 찬물이나 사이다를 부어 먹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요즘은 배를 갈아 넣거나 매실진액, 다시마진액, 오미자진액, 꿀 등으로 맛을 낸다. 시장에서 파는 냉면육수에 물을 섞어 물회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양념장은 고춧가루, 고추장, 다진 마늘, 다진 파, 소금, 겨자, 후추, 물엿, 식초, 설탕, 참기름, 통깨 등을 섞어 만든다. 강원도 물회는 식초 고추장 설탕을 주로 섞어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다. 제주 자리물회는 된장을 주로 하고 여기에 고추장을 살짝 섞어 담담하면서도 구수하다. 물회는 웃기로 해삼이나 전복을 몇 조각 얹어먹으면 그 씹히는 맛이 아득하다. 1호점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동해별관(02-3445-7979). 문의 포항시청해양수산과 054-270-2852, 054-270-2853
노량진이나 가락시장에서 생선을 사다가 직접 물회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부근의 한라의 집(02-737-7484)은 제주에서 당일 횟감이 공수된다. 오독오독 씹히는 자리물회를 맛볼 수 있다.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있는 태평양참치(02-930-3434)는 SBS ‘생활의 달인’에 참치물회로 소개됐던 곳이다.
자리돔은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바닷물고기이다. 자리돔은 ‘돔’자 붙은 물고기 중에서도 가장 작은 못난이다. 5∼6cm나 될까. 붕어보다도 작다. ‘잔(작은) 돔’이 ‘자리 돔’이 됐다. 자리는 떼 지어 제주 해안가를 몰려다닌다. 모슬포나 서귀포 보목포구 것을 으뜸으로 친다. 자리물회는 비린내가 나지 않고 구수하다. 뼈와 함께 씹히는 맛도 황홀하다. 제주 사람들은 ‘자리물회 5번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필요 없다’고 말한다.
물회 먹는 방법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보통 회를 다 건져먹은 뒤, 뜨거운 밥이나 소면을 말아 먹는다. 하지만 반쯤 회를 건져먹은 뒤 밥이나 소면을 말아 먹는 사람, 아예 처음부터 말아 먹는 사람, 처음엔 회덮밥식으로 먹다가 반쯤 남았을 때 물을 부어먹는 사람 등 입맛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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