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시모님을 보내 드립니다.

mama77 2024. 3. 24. 09:41




고은 님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음 한가운데가 텅 빈 것 같습니다. 처음에 겪는 일도 아니련만 막상 당하고 보니 경황이 없고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습니다. 무언가 사람들이 오고 갔습니다만 그래도 나는 못내 그 허전함을 달래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이제 우리 차례야."라고 말을 합니다. 한갓 모래알 같은 인생이라더니 참으로 허망하기 이를 때가 없습니다. 성실히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 어렵게 기도 동냥을 하면서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내 마음이 최근 들어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공허했습니다. 그래도 그런 기분이 무언지 잘 모르겠기에 무심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내 헛헛함을 달래려 했습니다.  아들이 충격을 받을까 조심스럽게 할머니 병문안을 가라 말을 했습니다. 아들 아니가 다녀간 날 밤 어머니는 운명을 하셨습니다. 아마도 손주들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매화꽃이 하얗게 피어나는 계절에 어머니는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다.

자손들이 번성하니 남들은 호상이라 합니다. 사실 나는 내 어머니처럼 오래 살 자신도 없습니다.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신의 일처럼 껌딱지가 되어 저를 돌봐주셨습니다.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당신의 아들의 며느리라는 이유하나 만으로 늘 가까이에서 바람막이가 되어 주셨지요. 어머니는 꽃을 좋아 하셨는데 장례식 내내 호환이 줄을 이어 들어와 꽃동산이 되었습니다. 다 어머니 복이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93년 동안 어찌 기쁜 일만 있었겠습니까? 그의 수고와 노고로 우리는 살아남았기에 그를 기억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분의 좋은 품성과 다정함과 너그러움을 귀감으로 세상 살아갈 때 큰 죄를 짓지 않고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집안의 어르신들이 돌아 가실 때마다 큰 공부를 시켜 줍니다. 평소엔 까맣게 잊고 살던 삶과 죽음에 대한 과제를 던져 줍니다. 살아 있음에 감사와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은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인지를 묵상하게 됩니다. 어제는 이른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그동안 방치했던 제례에 대한 가족 내 운영 방법을 정리해야 될 때임을 깨닫습니다. 곧 새 사람이 들어오니 그가 힘들지 않게 내 선에서 정리를 해야 할 때임을 자각합니다. 성실한 신앙생활을 했더라면  신앙적인 예법도 잘 알터인데 주변의 지인과 어른들께 자문을 구했습니다. 자손 대대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과 우리가 어떤 처지에서도 가족임을 잊지 않는 전통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저의 과제입니다. 그래서 내내 새벽에 깨어 있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편안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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