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순수하게
나의 경우에 있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수치스러움을 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볼것 안 볼 것을 보고 살아 온 것이 나이라는 것이다. 나는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지혜로워지는 것이라고 어려서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내가 정작 나이를 먹고 보니 지혜로워지기 보다는 오히려 탐욕적이고, 이기적이고, 자신중심적인 사고를 하여 참으로 내 자신이 나를 생각해도 민망한 부분이 점점 늘어감에 참 수치스러울 때가 많다.
정말 영원히 자라지 않고 특정 나이에 있을 수 있다면 나는 일곱살 아이에서 머무르고 싶다. 적어도 선악의 판단과 사물의 특징을 아는 정도와 글을 읽을 수 있는 지능만 있다면 생활함에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화를 참으면 사람을 살린다고 했을까?
어제 잠시 나도 모르게 하늘이 와루루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 "참 헛 살았구나?"라는 느낌이 그리고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르고 머리에서 김이 나는 체험을 했다. 그리곤 오후 늦게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었다. "참, 해도 해도 너무 하네!"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블랙 아웃이 되었다.
정말 정말 마음을 추수려서 이제 좀 일을 하나 했는데, 또 다시 사람들 간의 틈새와 알력에 정신을 잃었다. 좀 지혜로워져야 했는데.... 내 감정이 나를 뛰어 넘은 것 같다. 퇴근 후 무작정 걸었다. 눈의 충혈로 머리도 아픈데 거기다 직장의 스트레스까지 참 어리석고 어리석은 나다. 이제 정말 내 자신답게 떳떳하게 살아야 되는데 지금 당장 죽더라고 부끄럽지 않아야 할 텐데....
아마도 내가 살아 있는 한, 5월은 가정의 달이란 말을 평생 들으면서 살아야 할 텐데,
한 가정의 가장이고, 엄마인 내가 정말 내 가정을 잘 건사하면서 아들의 앞 길을 잘 열어 줄 수 있을지? 내 아버지가 나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나도 내 자식에게 길을 열어 줄 수 있을지? 생각이 많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좋은 줄만 알았는데, 정작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오히려 수치심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삶이란 생각이 듵다.
오늘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부모요, 자식일 텐데 내가 옹졸한 마음을 먹지 말고 툴툴 털어내고 오늘 만나는 사람을 새 사람처럼,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일곱살 아이의 눈으로 만나서 화해하고 용서하면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어제고 이제 나에게는 오늘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