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탕밥memo
1급 시각장애인 김미연 불광중 영어교사
mama77
2012. 4. 20. 18:23
좌우 눈동자의 방향이 제각각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사시(斜視)처럼 보이죠?" 지난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 불광중학교에서 만난 김미연 교사(34)는 독서확대기에 스캔한 학생들의 영어 단어 시험지를 뚫어지게 보면서 "다른 선생님들보다 채점하는 데 시간이 2배 정도 걸리지만
학생들 실력이 향상된 걸 볼 때면 힘이 절로 난다"며 빨간펜을 들었다.
김 교사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2010년부터 이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김 교사가 눈으로 보는 세상은 빛과 사물의 실루엣 정도다. 세상에 태어나 6개월 만에 시력을 잃었다.
남들보다 2~3배 노력한 끝에 한양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우연히 시각장애인이 일반학교 선생님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힘을 얻어 교육대학원에 진학했고 교사에 도전해 재작년 꿈을 이뤘다.
김 교사는 "장애가 없는 선생님에 비해 분명 부족한 점은 많지만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교감을 하면 학생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첫 학기 첫 수업에서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숨김 없이 고백했다.
김 교사는 "우리 사회엔 `잘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저처럼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등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설령 핸디캡이 있어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하고 자기 몫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제 얼굴이 정말 안 보이세요?`란다.
"`선생님은 너를 항상 지켜보고 있어`라고 답해줘요. 학생들의 반응이나 표정을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대신 아이들의 이름을 자주 불러주고 교실을 자주 돌아다니며 학생들한테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죠. 수업시간에 딴짓하다 저한테 딱 걸린 학생도 많아요.(웃음)"
시각을 뺀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그만의 `사감(四感)`을 모두 동원해 학생을 보는 셈이다. 1학년 9개반, 3학년 4개반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김 교사는 100여 명의 학생 이름을 외웠을 정도다.
학생들에게도 그는 특별한 존재다. 김 교사에게 배우는 학생들은 교내에서 수업 태도가 좋기로 소문났다.
이 학교 신입생 장진영 군(13)은 "김 선생님 수업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며 "선생님을 뵐 때마다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수영 양(13)도 "선생님의 인생 스토리를 듣고 조그만한 일에도 불평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저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으면 좋겠다"며 "영어라는 지식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련이 닥칠 수 있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마음에 심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그의 두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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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교사(왼쪽 둘째)와 학생들이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박상선 기자>
김 교사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2010년부터 이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김 교사가 눈으로 보는 세상은 빛과 사물의 실루엣 정도다. 세상에 태어나 6개월 만에 시력을 잃었다.
남들보다 2~3배 노력한 끝에 한양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우연히 시각장애인이 일반학교 선생님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힘을 얻어 교육대학원에 진학했고 교사에 도전해 재작년 꿈을 이뤘다.
김 교사는 "장애가 없는 선생님에 비해 분명 부족한 점은 많지만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교감을 하면 학생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첫 학기 첫 수업에서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숨김 없이 고백했다.
김 교사는 "우리 사회엔 `잘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저처럼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등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설령 핸디캡이 있어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하고 자기 몫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제 얼굴이 정말 안 보이세요?`란다.
"`선생님은 너를 항상 지켜보고 있어`라고 답해줘요. 학생들의 반응이나 표정을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대신 아이들의 이름을 자주 불러주고 교실을 자주 돌아다니며 학생들한테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죠. 수업시간에 딴짓하다 저한테 딱 걸린 학생도 많아요.(웃음)"
시각을 뺀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그만의 `사감(四感)`을 모두 동원해 학생을 보는 셈이다. 1학년 9개반, 3학년 4개반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김 교사는 100여 명의 학생 이름을 외웠을 정도다.
학생들에게도 그는 특별한 존재다. 김 교사에게 배우는 학생들은 교내에서 수업 태도가 좋기로 소문났다.
이 학교 신입생 장진영 군(13)은 "김 선생님 수업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며 "선생님을 뵐 때마다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수영 양(13)도 "선생님의 인생 스토리를 듣고 조그만한 일에도 불평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저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으면 좋겠다"며 "영어라는 지식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련이 닥칠 수 있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마음에 심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그의 두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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