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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졸업식장에서 만감이 교차

엊그제 아이의 입학식을 본 것 같은데 아이가 2월11일(금) 졸업식이 있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이라 나는 아이가 "엄마 오지 마세요", "돈이나 주세요."라고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졸업식 한주 전에 "너 졸업식 언제니?, 몇시에 시작하지?"라고 묻자 아이는 "엄마, 아직 몰라 학교가야 알아"라고 말을 하면서 온종일휴가를 내라고 한다.

잠시 졸업식에 참가하기 위해연차를 다 내기에는 회사일도 바쁘고 눈치도 보여서 반차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의 예상과 달리 아이는 하루 종일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에 갔다온 뒤 졸업식이 오후 2시라고 말한다. 아침에 하지 않으니 다른 직원과 겹치지 않아서 다행이고, 오후 만 휴가를 내면 되니 더 더욱 좋았다.

아이는 키도 크고 몸도 크지만 아직도 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 친구중 혼자 졸업식에 참가하는 아이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당부를 했다고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하지만 통관례는 여전한 것이다. 아이들이 변했다 하지만 역시 아직은 부모의 사랑과 손길이 필요한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말하지 않지만 꼭 통관례에는 부모가 함께하는 것이 좋을 것같다.

오후 2시 식에 가기 전에 이른 점심을 먹고 식에 참석하면 될 것 같아서 12시에 가족들과 올림픽공원 근처 린찐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난 찾아오는 시어른과 고모님을 위해 고기 집에 가려하는데 아이는 시간이 없으니 간단한 식사를 채선당에서 하자는 것이다.

아이라 어른에 대한 배려를 몰라서 그러는데 어른들께는 날도 쌀쌀한 날 아이졸업 때문에 고생을 시키는 것 같아 여간죄송스럽기만 하다. 내 뜻 대로 음식점을 정하면 아이가 자신이 주인공인데 무시했다고 불쾌할 것이고 어른들께는 모처럼 식산데 참 인색하다 할 것이고, 다행스럽게 고모님이 아이에게 다시 물으니 짜장면을 먹고 싶다고 한다.

그 정도의 수준이니 고모님도 근처 식당에 가자고 했는데 아무래도 맛있는 집이 날 것 같아 린찐에서 식사를 하고 1시 30분에 도착하여 학교 입구에서 꽃을 샀다. 노란 후레지아와 엔젤이 섞여있는 꽃다발은 값도 싸고 예쁘다. 해마다 졸업시즌 꽃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경제 사정이 안 좋으니 꽃을 사지 않을까 해서 장사들도 이익을 양보했는지 부담없는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졸업식은 교실이 아닌 운동장에서 준비가 되었고, 연단에 선 교사가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입학식 때 운동장 반도 채우지 못했던 아이들이 성큼 자라서 운동장을 꽉 차게 메우고 있다.아이들이 20여분의 식을치르고 있다. 졸업식 노래가 울려 퍼진다. 아이들의 소리는 없고 스피커의 방송실에서 나오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교가제창도 녹음물이 대신다한다. 교육 현장의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걸까?

경주마처럼 달리기만을 채찍질한 우리 교육의 현장이다. 20분 식을 위해 교사와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계속 어른들이 있으니 20분만 참자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졸업식은 참는 것이 아니다.자신들이 3년 동안친구들과 학업을 마치고 서로 서로 축하는 아이들과 선생님자신들의 축하 잔치인데 13개학급의 아이들에게 참아라는 말을 하는 교육 현실에서 정신교육이 부제와 학교 교육의 부실을 실감한다.

교사도 학생도 자신들만의 자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신에 대한긍지가 없다면 산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살아가는 것에 대한 목표 의식도 흐려질 것이다. 어렸을 적에검은 양복이다림질로 번쩍였던 선생님들이 떠오른다. 가난하지만 당당했던 우리들의 선생님 그들이 오늘 따라 몹시도 그리워진다.

단호하고 엄숙했던 선생님들의 지도로 나날이 새롭게 세상을조금씩알려주신 고마운 선생님들....

아이의 졸업식장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나를 지도해 주셨던 고마운 선생님들이 투영된다. 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그리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 달라면 웃는다.

내 아이도 오늘을 먼 후일 기억하리라.

할머니, 고모 그리고 엄마가 축하해 주던 그 졸업식을.....

세상은 바뀌었지만 아이들은여전히 그 나름의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졸업식 후 학교 배정 소식이 있어서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어느 학교에 가게 되었는지를 얘기하고 있다. 졸업 앨범에 웃고 있는 그들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도한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멋지게 이끌어달라고,

봉사하고 사랑하고, 헌신하는 대한 시민이 되어 달라고,

한국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나아가 대한 시민이 아닌 세계인으로 성장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