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병일기

필이 꼬치는 음식

나는 음식에 있어서 맛있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주로 허물없는 여자들이 끼리 주고 받는 대화속에 음식이야기는 꼭 들어 간다.

그동안 꽁꽁 얼어 외출도 두려웠는데 요즘 날이 풀려 기분도 하결 가벼워져서 오랫만에 영화 블랙스완을 보고 나서 롯데지하에 내려가서 쇼핑을 하였다. 가는 날이 장날인가? 신선한 과일이 시중가격 보다 저렴하게 나와 있어 토마토와 오렌지를 사고, 돌아서는 오늘 따라 빵과 요구르트가 당겨서 막 구워낸 빵을 시간에맞추어사고 요쿠르트 코너에서 한라봉으로 만든 요쿠르트를 샀다.

물런 아들을 위해서 돼지갈비도 사왔으니 봄날신선한 과일과달래간장과 돼지갈비를 곁들인 식사 후에 맛있는 요쿠르트를 마시니 기분이 좋아졌다. 맛나게 먹는 아들을 보면서 몇일전 사 온 후레지아 꽃이 더 싱그런 날이다.

오랫만에 둘이 마주한 식탁이고, 나 자신도 그동안 너무 일에 시달려서 헤어스타일이 거의 펑크머리 수준이었는데 정작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손질하고 싶은 기분도 심적인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2월 말 지금 모든 일이 끝나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 같은 처지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했으니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이제 3월이면 아들의 입학식이 있다.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맛난 음식과 사랑과 물질적 지원을 해 줄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아들의 목인 것이다.아들에게 방정리를 말했지만 아들은 모든 것이 컴퓨터에 필이 꽂혀 있다. 정말 해 주지 않으려 했는데 3주를 기다리다 지쳐서 드디어 내가 아이의 책상을 정리하고 그동안 보지 않는 책들을 모두 버렸다.

초등용 하드커버 책들과 백과사전류 그리고, 동화책류를 버렸다. 어쩌면 내가 그애에게 기대했던 기대의 증표같은 책을 버렸다. 나의 기대감이 아들에게 부담이라면 아들 자신이 자신의 책상이 초라한 모습을 발견하고 하나 하나 책꽂이를 채워 나가기를 바라면서 나는 책장을 비우고 책을 모두 버렸다. 아들의 방이 정말 깨끗해졌다.

과연 아들은 자신의 방의 변화를 알아차리기나 하는 걸까?

책을 버리면서 나는 시대의 변화를 깨닫는다. 지식이란 이제 책이란 소재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 열린 공간의 지식을 습득하는 사회에서 책을 보지 않음을 탓할 필요가 없다고... 오히려 e세대는 컴퓨터를 통해 자신이 궁금한 모든 지식과 정보를 접하고 있기에 그들 믿고 지지해 주고 싶다.

이제 책을 들고 똥폼을 지던 우리시대 대학생은 이제 없다.

지식은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소유물일 뿐이다. 이제 전문가는 없다. 너무나 많은 지식은 열려 있고, 그 지식을 잘 요리하듯 맛갈나게 정리하여 각계각층에 소통의 메신저를 구축하는 것이 지식인인 것이다. 필이 꽂치는 음식처럼 지식도 필이꽂이는 것에 몰입하면 될것이다.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나는 봄날을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