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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집안 청소

 

 차일피일 미루어 오던 청소를 시작하였다. 친구가 놀러 온다니 급히 청소를 했다. 평소 나는 집안 청소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꽃을 바라보거나 커피를 놓고 김이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는 멍 때리기를 잘하는 편이다.  어젯밤에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등의 쓰레기를 서둘러 버리고 그동안 쌓인 플라스틱병과 일회용품 수거함을 베란다로 숨기고 대충 청소가 시작되었다. 평소 잘 청소하지 않는 침대 밑과 장롱의 먼지를 닦다 보니 다시 욕실의 청소 솔을 붙들고 있다. 그냥 대충 갈무리를 한다는 것이 그만 일이 되고 말았다. 

한참 청소를 하다 보니 비지땀이 나서 샤워를 하고 그리고 꽃에 물을 주고 그리고 나니 좀 피곤함이 몰려와서 커피를 끓였다. 친구를 만나서 커피를 마시려 애써 보았지만 지금 내가 필요한 것은 커피 뿐이었다. 커피 물을 끓이면서 깨끗이 집을 청소하고 목욕재계까지 하고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도 가벼워지고 몸도 컨디션도 좋은 것 같다. 라디오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고 나는 적당한 나른 함을 커피로 달래고 있다. 이래서 가끔 내 집에 사람이 찾아와야 할 것 같다. 평소 가족끼리만 있다 보니 참 더럽기도 하고 무려하기도 하다.

 

지난 주 지우의 돌잔치로 오랜만에 외식도 하고 재미있는 사회자의 넉살에 빠져서 웃기도 하니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 만남이 중요함을 느낀다. 사람들이 보내오는 새해와 크리스마스 인사에 답을 나누는 것이 크리스마스의 나의 일상이다. 해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하루 내내  보내던 인사치레도 올해는 아주 심플해졌다.  꼭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보냈다. 사람들이 내 주변에서 적어지는 것을 느끼는 한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해 정말 내게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더 깨닫게 해 준 것 같다. 그동안 혼자서 살아온 것 같지만 해년 말에 떠오르는 사람들을 통해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살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크리스마스에 온기를 느끼면서 사람들의 다정한 새해 덕담과 서로의 고마운 마음을 나누면서 신나게 대청소를 하니 나름 괜찮은 크리스마스 같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는 떠들석하고 거의 박에서 보냈다면 최근 나는 집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가족과 그리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홈파티를 즐기고 있다. 밤새 이야기하고 좋았던 기억들을 회상하고 그리고 우리의 걱정들도 모두 털어놓으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한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미국에 사는 언니는 아이들이 성장하여 세계 각처에 떨어져 있어 올해 3년 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고 가족사진을 보내왔다. 형부도 이제는 나이 먹은  노인이 되어 가고 있고, 딸들도 성장하여 제법 언니의 옛 모습이 보인다. 인생이 이런 건가 보다. 이제는 아이들의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는 조금 물러나서 지긋이 그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역할이다.  대청소가 끝나니 집이 좀 반짝 반짝이는 것 같다.

 

꼭 이런 날이 아이어도 나도 가끔 청소에 신경을 써야겠다. 몇 번 움직이지 않았는데 집안이 환해지니 기분도 좋아진다. 내가 그동안 너무 게으름을 떨었다는 후회가 든다. 새해에는 매일매일 청소를 실천하는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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