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핸드폰이 좀 이상하여 아침에 알람이 울리지 않아서 늦잠을 잤다. 3차 백신을 사전 신청하였지만 왠지 이번 주 들어서 나의 행동반경이 증가되고 있어서 하루라도 빨리 맞고 싶었다. 원래 내가 급히 예약을 하다 보니 잘 모르지만 집에서 가깝기에 했는데 막상 그곳에 예약이 잘 되었는지 확인 전화를 해 보려 했지만 계속 연일 통화 중이라서 위치도 알아 둘 겸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 엘리베이터에 "이 곳은 혈액투석 병원으로 열, 기침, 감기 증상 중 1개만 있어도 병원 안으로 들어오지 마십시오. 다른 환자에게 피해가 됩니다." 뭐 이런 문구였다. 또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좁은 복도에서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 데스트의 간호사는 전화를 붙들고 있다. 4명의 간호사가 있는데 참 막막하다. 난 한 명의 간호사와 눈이 마주치어서 그녀에게 "하도 전화가 안되어서 제가 백신 예약이 되었는지 알고 싶어요."라고 하니 그 사람이 다시 전화 통화 중인 간호사에게 말을 전하다. 어쩌거나 나는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나는 이곳에서 백신을 맞고 싶지 않았다. 투석을 하는 분들께 민폐인 것 같아서 근처 병원 중 사람들이 잘 선호하지 않을 듯한 병원을 검색해 보니 00 신경외과병원이 있었다. 막상 그 병원 앞을 수시로 지나쳤지만 한번도 가 보지 않았는데 입구부터 정갈하고 간호사 분이 참 친절하였다. 앞뒤 경위를 말하고 혹 잔여 백신이 있다면 금주 내에 알려 주시면 바로 방문 가능하다는 것과 인적사항을 알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4시간 후 바로 전화가 왔다. 내 계획대로 조용한 병원에서 편하게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여러 가지 뉴스와 백신 부작용 때문인지 2차 때 보다 매우 자세히 백신 부작용과 문제가 발생 시 바로 병원 응급실을 가라고 알려 주었지만 사실 나는 2차 접종 후 두드러기로 고생을 했다.
백신을 맞고 하루 밤을 자고 났는데 큰 이상 증세는 없다. 참 다행이다. 안도의 한 숨을 쉬고 나서 나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그만 실수로 앨범의 사진들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그동안 자주 사진을 즐기는 나로서는 사진이 너무 쌓여서 핸드폰이 잘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사진을 찾느라고 손가락이 아픈 적도 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사진들을 모두 잃어버렸다. 무엇보다 최근 사진들은 아직 정리를 하지 못한 것들이 많은데 가슴이 먹먹하다.
그리고 다 사라진 사진 앨범을 보니 몇장 남아 있지 않다. 처음엔 당황해서 사진을 모았고, 두 번째는 이렇게 사진 갤러리가 시원한 적이 없었기 속이 후련한 것도 있다. 늘 다음에 사진을 정리해야지 하면서 방치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3~4년 자료가 오천 건정도 있어서 경고가 띄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늘 다음에 필요하지 하는 핑계로 방치하였는데 호되게 당한 것이다. 우선은 핸드폰의 사용법을 구체적으로 배운 적이 없이 기능적으로 대충 사용한 것이 나의 실수이다. 많은 여행 사진이 다 날라 갔다. 그리고 사진 갤러리가 너무 깨끗하다. 핸드폰 오 작동으로 원하던 원치 않든 간에 핸드폰 사진 앨범을 깨끗하게 청소를 하였다. 2021년 대청소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깨끗하게 청소가 되었다. 내 마음의 묵은 것들이 지우개로 지워진 것이다. 그래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자. 2022년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사전 준비로 제대로의 마음 청소가 이루어져서 얻은 것은 새 마음 사진 갤러리이고, 잃은 것은 묵은 사진들이다. 이른 새해맞이 제대로 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