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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밥을 먹은 사람

 최근 들어서 사람들이 나의 퇴직 소식을 듣고 밥을 먹자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 그 누군가가 나의 퇴직을 기억해 주고, "아마, 퇴직일이 다가 오죠?"라고 전화가 걸려 온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 나는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뭐라고 기억을 다 해 주고 거기다 시간을 내어 식사까지 하자고 하는지? 사실 나는  현역에 있을 때 일 중이다 보니 다른 사람과의 내밀한 만남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때때로 내가 질 머진 무게감으로 힘겨워하고 내 업무에 충실한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심지어는 직장 동료들에게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정년 휴가 중에도 직장 동료가 그립기보다는 그 외 내가 만남을 소중히 여긴 봉사자와 기타 일자리 사람들이 참 그립고 그들과 다시 만나기를 소망하였다. 

마음은 서로 통하는 것 같다. 사실 나도 일을 하면서 한번도 나는 직원이란 생각을 잊고 일을 했다. 나와 같이 업무를 하는 동반자로 나와 봉사자들과는 친밀한 관계이었다. 나이 어린 나에게 엄마라는 호칭을 서슴없이 써 주었던 사람들이다. 내 가정에서 나는 좀 모자는 엄마이고, 며느리였지만 나는 직장에서 좋은 엄마로 살았다. 참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하는 기쁨은 내 인생의 큰 선물이었던 것 같다.  최근 50+센터에서 퇴직 이후에 삶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공무원들이 진행하는 센터이다 보니 아직은 경직되고 형식적인 편이지만 그래도 좋은 강사들의 충언이 가슴에 와닿는다.

 

봉사자 중 나에게  퇴직 후의 계획을 묻는 이는 많았지만 나에게 정말 필요한 말을 해 준 사람은 단 한분이 좋은 제안을 나에게 하였다. "내가 00기관에서 하는 자원봉사하는 것이 있는데, 강 선생이 이곳에 지원했으면 해."라고 말해 주었는데 나에게는 아무런 계약이 없는 상태라서 그런 말을 해 준 분이 너무 고마웠다. 세상을 한 곳만 바라보면 살아온 사람에게 역시 출구도 같은 곳이 편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미리 연습도 할 겸 사람인이라는 사이트에 구인광고를 최근 읽고 있다. 선배들 말처럼 60살을 넘으면 찾아 주는 곳이 없다더니 사실이었다. 50+센터 강사들도 그리고 노인문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쥐꼬리 만한 일이라도 잡아서 참여하라는 충고를 한다. 내가 갓 20대에 우리 아버지에게 "아버지, 난 돈 버는 데는 관심도 없고 자신도 없어요. ", "1년만 쉬면서 생각을 해 볼게요."라고 말하고 정말 1년을 푹 쉬면서 놀고먹다가 그 1년이 지난 뒤에 퇴직하는 직장에 33년을 다녔다. 참 긴 세월을 내 몸처럼 기관에서 세월을 보냈다. 

 

돈은 적당히 초라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살아 갈 정도의 금액이었지만 그래도 내 몸 봉사로 세상이 조금 바뀌는 것을 체험하였기에 그것이 큰 보람이고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큰 복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나는 밥을 사 주는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밥을 먹으면서 그들의 생각과 내가 평소 일 위주에서 벗어나 진정한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가 평소 보지 않은 그들의 따뜻함과 배려를 읽는다. 산다는 것이 참 단순한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코로나가 없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나는 한번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텐데.... 이제 소박하고 진심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남으로 갈대처럼 흔들렸던 내 마음이 가라앉고 나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는 힘이 생기고 있다. 역시 밥은 같이 먹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도 나에게 퇴직 소감을 묻는 이들과  즐거운 통화를 나누고자 한다. 나를 기억해 줌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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