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업무적으로 가장 가깝게 만났던 사람들에게 급히 이메일을 보내고 나의 후임 일을 맡는 분을 알려주는 일을 퇴직하는 날 새벽에 작성하였다. 과거 내가 사용했던 이메일을 기억하고 안부와 인사를 전해 준 고마운 분들도 계시다. 사실 내가 종사한 부문에서 만난 분들께는 아직 이메일 인사를 하지 못했다. 정상적인 퇴직 인수인계를 못하다 보니 나 자신이 많이 긴장되어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당혹스러운 상태였고, 또 일이라는 것이 4/4분기에는 2022년 사업계획을 세우는 기간이기에 업무적으로도 분주한 때이기에 마무리가 상당히 부담되었다.
이제 퇴직 5일째가 되었다. 나는 늘 일어나는 시간에 기상을 하고 늘 그러하듯이 컴퓨터 전원을 켰다. 어제는 그동안 열어 보지 못한 은행의 잔고를 파악하였다. 누군가 퇴직한 후에는 재정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충고를 했기 대문이다. 가능한 내가 자동이체를 신청해 놓은 것들을 파악하고, 매달 지출하는 목록을 점검하다가 나도 모르게 골이 아파서 그냥 덮어 두고 인근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사실 동네에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나는 잘 모르고 살아 왔다.살아왔다. 산책을 하면서 보니 50+센터가 신설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지만 우리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있어서 좋았고, 그리고 집에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다. 항상 내 일 외는 관심이 없는 내가 이제 슬슬 내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나는 계획하지 않았지만 내가 사는 집은 우연히도 교회와 시장 그리고 지하철이 가까운 곳에 살아왔다. 지금 사는 이곳도 똑같은 조건이다.
도서관에 방문하여 회원증을 작성하고, 집에 돌아와 이메일을 확인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운 책을 읽었다. 12월에 있을 교육자료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틈틈이 전화와 카톡을 통해 나의 퇴직이 아쉽다는 안부전화와 메모가 울렸다. 사람이 나고 죽음에 있어 신고식이 있듯이 퇴직에 대한 신고식을 요즘 나는 치르고 있다. 세상의 모든 나의 선배들이 겪었던 일을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이다. 잠시 이 시간이 지나면 나는 또 무엇이 되어 있을까?
아직 큰 계획이 없는 나로서는 나 자신이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11월 위드 코로나로 이제는 밥을 먹자는 말을 쉽게 할 수 있고, 실천할 수도 있게 되어 참 기쁘다. 밥 한번 같이 못 먹고 헤어짐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내 자신이 아직 갓 대학을 졸업하고 느꼈던 당혹감보다는 나은 편인 것이 좋다. 지금은 마음의 여유와 내가 앞으로 10년의 삶을 살아갈 그 무엇을 찾아야 하기에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내 안의 나에게 묻는다. "넌 어떻게 살고 싶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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