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비가 내리는 날족발을 먹고 있다.
쫀득쫀득한 족발을 정말 맛있게 만드는 집이 우리 집 가까이 있어서 그 또한 행운인 것같다.
동네 시장통 골목의 맨 끝 그러니까 약 150미터 정도를 걸어 들어가야 그 집을 만나는데도 사람들은 늘 북적북적하는 순대국집에서족발도 만들어 팔고 있는데 나는 장충동 족발보다도우리동네 소문난 국밥집 족발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적절한 수분과 촉촉함과 담백한 맛이 그만이다.
이 순대국집은 점심에 노인들의 식사처가 밤에는 어디선가 일에 지친 사람들이 소주에 밥을 먹는 곳으로 우리동네 사람들은 이 집의 순대국을 포장하여 많이 사먹는 편이다.
아들과 같이 이 집에 순대국을 먹으려 가려 해도 남자들이 우굴우굴하고 술을 먹는 사람들이 많으니 선듯 들어가기가 주저된다. 이 집의 특징이 일반 순대국밥집과 달리가족단위 식사도많이 하는 풍경이 있는 집인데 그래도 왠지 선듯 예전처럼 들어가지지 않는다.
오랫만에 비가 내리는 날 아들과 뼉다귀를 들고 미소를 지우며 족발을 먹고 있다. 상추 쌈과 생마늘과 쌈장에 입안 가득 음식을 먹는 동안 참 행복하다.
우리 동네 족발을 먹으면 전화를 걸어 먹는 족발은 족발 흉내만 낸 음식이다.
이 국밥집은 젊은 두 형제간부부가 음식을 준비하고 운영을 하는데 동네 사람 말로는 이 집이 돈을 쓸어 담는다고 하지만 그 건 과장이고, 상당히 두 형제간이 거짓없이 음식을 준비하고 늘 그 맛을 유지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 사랑해 주는 비결인 것 같다.
이 집은 원래 망해서 나가는 가게자리였는데 생소하게 데이블을 4개 놓고 시작하여 이제는 옆집 가게를 합쳐 운영하지만 외형은 여전히 소박한 국밥집 형국이다. 이 집의 특징은 저렴한 가격에 정말 머리고기를 충분히 넣어 주어 배 고픈 사람의 허기를 달해주고 국밥의 고기를 건져서 양념 새우젖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족발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가게안을 들여다 보니 사람들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국밥을 놓고 파안대소, 왁자지걸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비가 오면
포장마차에 앉아 평소 소연하거나 오해가 있던 친구를 불러내어 곰장어에 쓴소주를 나누면서 내리는 비를 바라다 보면서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는 것 참 아름다운 추억이라 생각된다.
나는 매년 과일주를 담고 늘 내 집에는 사람이 와서 즐겁게 음식을 나누는 것을 즐겼던 사람인데 어쩌다 보니 이제는 불러 들일 사람도, 또 음식을 차리는 분주함도 이제는 마음 만이지 선듯하고 싶지 않다. 갑자기 사람을 데리고 와서 나를 참 많이 힘들게 했던 사람이 없으니 참 지난 시절 힘들다고 불평 했던 것들이 추억으로 기억된다.
열정과 힘이 있을 때 좋은 벗도 부르고, 맛난 음식도 많이 먹자,
나이를 든다는 것은 어쩌면 아주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을 조금씩 조금씩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전에 생각도 못 했는데 소소한 일들이 모두 걸린다.
가까운 친구가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소식, 친구의 부모님들이 사망 소식 등
무더운 여름이면 늘상 있었던 가족동반 캠핑여행도 이제는 끝이 났다.
이제 내 주변 친구들의 아이들이 자란 것도 있고, 나의 경우 여름이면 캠핑을 위해 사는 듯이 늘상 8월에는 숲속에서 잠을 당연히 자야 된다고 생각하는 남편 때문에 베란다에 잔득 캠핑도구가 쌓여 있다.
이제 캠핑은 끝났다.
아마도 나는 캠핑보다는 호텔이나 투어 상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가 내리는 날 , 족발을 먹으면서 나는 올 여름 휴가를 생각한다.
이번 휴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싶나?
나 자신에게 물어 본다.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아직 내게 주어진 숙제를 해야 할 것 같다.
내 의견보다는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라야 옳을 것이다.
2011년, 참 이변이 많은 해에 나는 무엇을 꿈꾸는 여름을 보내야 할까?
오늘 아침 블러그에서 와 닻는 사진 <해무속 귀향>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