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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주말 서울 숲을 걷다

주말 친구를 만났다. 오래도록 일을 하고 이제 정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무언가 뭐라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친구가 주말 불쑥 "서울 숲으로 나와 줄래?" 친구가 부르니 초행인 서울숲을 검색해 보니 2호선 뚝섬역에서 내리면 된다고 되어 있다. 도착하고 보니 신문에서만 듣던 성수역 언저리이다. 오래전 구두를 사기 위해 성수동 엘칸도를 가 본적이 있는 곳임을 도착해서야 알았다. 

엘칸도 건물을 유명 연예인이 사서 주인이 바뀌고 길 건너 검머죽죽해서 무엇이 있었던지도 생각나지 않은 곳은 새 건물이 멋지게 들어서고 역주변 방송통신대가 참 어둡게 있었는데 이제는 리모델링하여 제법 보기 좋은 건물로 변신하여 아마도 늦은 밤 열공하는 방송대 학생들의 마음도 환해졌겠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는 자주 서울숲을 찾는다고 한다. 어쩌면 친구는 나 보다 좀 더 여유가 있어서 였을까? 아니면 내가 좀 무심하여서 였을까? 서울숲은 좋은 아파트가 있고, 정말 숲다운 면모를 가지고 있어서 가끔 걷기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활권에서는 올림릭공원이 가까워 나의 경우는 그곳을 이용하다 보니 ..... 역시 사람은 집 가까운 곳에 친밀감을 느끼나 보다.

친구가 대리로, 부지점장으로 지점장으로 승진할 때마다 내 일 처럼 기뻐하던 때가 엊그제인 것 같은데 벌써 우리 나이가 은퇴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샐러리맨은 정말 월급장이이지만 자신의 삶의 목표가 있었다면 그 상실감이 좀 낮을 수 있다. 돈벌이외 무엇을 추구하고 살아 왔는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한번 해 본적이 없는 삶의 반복과 굴레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친구와 서울 숲을 걷는다.

숲속의 나무처럼 나와 친구가 걷고 있다. 새도 지저귀고 바람도 불어 오지만 우린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말 없이 걷기를 반복했다. 작은 쉼터 의자에서 어린 아이들과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젊은 부부들을 바라다 본다. 우리의 과거 모습이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친구가 7월에 퇴직을 하겠다고 한다. "나는 잘 생각했다. 그동안 수고했다. 한 2년은 너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고 살아라"라고 말을 해 주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내 일만 해 온 친구가 이제 쉴 권리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인 사람으로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것들을 누리고 그동안 참았던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찾아서 한 2년 살아보면 또 다른 무언가의 욕구가 생길 것이다. 사람은 노력하는 길도 있지만 자기 자신이 원하고 소망하는 것에 귀를 기울일 때가 있다. 바로 우리 나이가 그런 나이인 것 같다. 

그닥 세상이 무섭지도 않고, 또 사람의 삶이 거의 대동소이하니 그 무엇이 두럽고 염려스러운가? 삶은 유한하고 나 또한 유한하니 내 살과 내 피가 원하는 것을 그리고 내 몸이 원하는 것들을 찾아 봄도 좋을 것 같다. 친구와 만남을 하고 돌아 오면서 내 속물끼는 그 근처 언저리 부동산 시세에 눈이 가는 것은 왜 일까? 참 마음 비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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