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잠이 오지 않아 늦은 밤에 잠을 청해 눈을 떠 보니 111시 40분 해가 중천인 시간인데 좀 흐리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커피물을 올리고 펫북의 요란한 소리에 잠이 깨었기에 아는 이가 같이 본 동영상이라고 하여 커피를 마시며 동영상을 열어보니 동영상 속에 눈이 내리는 곳에 유명 정치인이 홍대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뒤로 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실시간 동영상이라고 한다. 그제야 나도 잠시 창 밖을 바라다 보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그리도 조금은 기다렸던 첫눈이였는데 싱겁게 늦잠 잔 날 눈이 내린다. 첫눈.
눈이 펑펑 내린다.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아직 꽃도 들여 놓지 않았는데 화분들에게는 너무 혹독한 겨울이 온 것이다. 내 마음도 요사인 겨울이다. 눈보다 얼음 상태라고나 할까? 도대체 모든 일이 겨울왕국에 있는 것 같다. 세상이 마법에나 걸린듯이 똑 같은 뉴스와 똑 같은 이야기로 재생 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다.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거나 호소 할 곳이 없다.
사람과 사람의 관게는 냉냉하고 미소가 사라졌다. 희망도 꿈도 모두 정지상태이다. 오로지 돌아가는 것은 TV와 연에인들의 먹방 방송뿐이다. 사람이 숨을 쉴 공간이 없다. 그래서 답답하여 회집도 밥집도 쇼핑센터도 가 보지만 참 그 또한 허망하다. 모두들 냉냉하다. 송년회 이아기가 나오고 있지만 송년회도 귀찮다.
왜, 모두 시끈둥하는 걸까? 조금 챙겨주고 나누고 싶지만 쥬스 한잔도 받지 말라는 세상법에 인심이 싱숭생숭하다. 그러니 귀찮은 일에 휘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냥 그대로 잔 재미없이 그냥 나는 나로 너는 너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나는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동영상으로 촬영을 한다. 이번 새 집에 이사와서 좋은 점은 집이 참 밝고 특히나 눈 내리는 날 참 창 밖의 풍경을 앞 뒤로 감상할 수 있는 호소가 있다. 전에는 몰랐는데 길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벽이 2개가 둟린 집이 집안도 밝고 채광이 좋으니 기분도 밝게 살 수 있어서 참 좋다.
내가 사는 집의 공통점은 공중전화 박스가 있고, 지하철에서 가까운 곳이다.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운명론적이라고 하면 좀 과장일까? 사실 나는 이 집에 이사 오기 전 매서운 바람이 몹시 불던 추운 2월 깜감한 밤 오후 9시에 이 집을 보았다. 그것도 복덕방 업자의 차레 올라 깜깜한 층게를 올라 이 집을 보았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업자는 내가 입주할 경엔 없고 또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의 자리에 앉아 있는 걸로는 아마도 그 안내하는 부동산업자마저 이 집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심부름꾼 정도였던 것 같다.
어쩌거나 나는 3층에 자리를 잡았고, 이사를 하고 보니 지하철에 무척이나 가깝고, 또 공중전화박스를 이정표로 우리 집을 알려주면 친구들이 쉽게 내 집을 찾아 온다는 것이다. 또한 축복이 성당이 무척이나 가까우니 그 또한 감사한 일이다. 정말 경제 상식이 없어도 너무 없는 나에게 어떤 힘이 나를 돌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서 이런 사람이 어떻게 살아 갈지를 염려하던 남편의 말이 생각난다. 그렇지만 어쩌거나 나는 세상을 살아감에 큰 불편을 모르고 살고 있다.
세상이 두럽기 보다는 세상 속에서 내가 내 모습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세상을 사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유명하고 싶은 욕망, 세상을 다 갖고 싶은 욕망 그리고 남보다 더 멋진 삶을 추구하려면 좀 힘들게 살아야겠지만 평범한 나의 삶이 초라하다고 늘 느끼곤 하지만 나는 내 처지에 맞는 사고와 삶의 방식을 택해 살아 왔기에 큰 후회는 없다. 최근 나의 삶 중에 변화가 있다면 내가 있는 그 상태를 그대로 말하고 또 나 보다 더 가진 사람과 나 보다 덜 가진 사람에 대한 편견없이 그냥 자연인으로 만나고 그들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다.
갖었던 갖지 않았던 사람은 모두 다 같다. 정말 인간적으로 인간적인 만남을 하고 싶다.
첫눈이 하늘에서 당으로 내리듯이, 비가 하늘에서 당으로 내려오듯이 세상의 이치에 맞게 더불어 사람과 사람 속에서 살고 싶다. 커피가 너무 맛이 없어 버리고 다시 커피 물을 올린다. 사람 맛이 없으면 맛과 멋이 없는 사람을 굳이 벗하지 않을 것이다.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말하면서 내 좋은 사람들 속에서 살 것이다. 어차피 인간은 모두를 세상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이다. 한 부분의 삶 속에서 군중속에서 현세가 있기에 세상의 풍파와 세상의 일들은 세상 사람에게 맡기고 나는 나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고자 한다.
물론 세상은 변해야 한다.
정말 아름다운 정의의 세상이 되어야 한다.
세상이 잘 보이는 창가에서 내려다 볼 것이 많은 집처럼 나라도 세상을 잘 볼 수 있는 나라이면 더 좋겠다. 내 집처럼 공중전화 박스가 가까이 있어서 소통이 쉬은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성당이 가까운 내집처럼 나라의 정의와 도덕도 깨어 있을 수 있는 양심고백이 가능한 곳에서 정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평범한 시민이 하루하루를 가족들의 미소를 보면서 그리고 사회 구성원의 미소번진 모습을 통해 세상이 밝은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첫눈이 내리는 날에 나는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까만 커피향을 코로 느끼면 이런 단상에 빠져 본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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