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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글로벌 베스트 애널리스트 2인의 IT株 의견

증시 낙관론이 지배하던 지난 6월 30일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연사로 참석한 박정준 JP모건 아시아태평양 반도체리서치 헤드(전무)는 `IT 신중론`을 강조했다. 불과 두 달 전이지만 그때만 해도 증시에는 기대감이 넘쳤던지라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 전무의 진단과 전망은 정확했다.

이후 D램과 디스플레이 가격 폭락과 애플과 구글의 지배력 강화에 우리나라 IT 주가는 된서리를 맞았다. 황민성 크레디트스위스(CS) IT 애널리스트(상무)도 지난 6월 초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생태계가 국내 IT 기업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일경제는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 애플 신화의 주인공 스티브 잡스의 사임, 그리고 IT 수요를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경기가 짙은 안갯속에 빠져든 현 IT 증시 상황을 짚어보기 위해 이들 글로벌 베스트 애널리스트 2인의 견해를 들어봤다.

◆ 황민성 CS IT애널리스트 "삼성전자 업황 상관없이 싸다"

= "삼성전자는 아무리 업황을 좋지 않게 보더라도 시점과 상관없이 주가가 싼 상태입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밸류에이션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 매수 타이밍을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황민성 크레디트스위스(CS) 상무는 "애플과 구글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주도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워낙 빠르게 실행해 나가기 때문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나머지 IT업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상무는 "LG디스플레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배 수준에 불과하고 대만 경쟁 업체들은 0.3배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이는 시장에서 성장 희망을 버렸다는 얘기로 모멘텀을 가지려면 뭔가 차별되고 새로운 이익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LG전자는 기술적으로 뒤처져 있어 오랜 기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IT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이노베이션에 의해 판을 바꿀 수 있는 산업이라 희망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황 상무는 "모듈업체들이 정상 재고의 절반 이하로 재고를 가져갈 만큼 수요가 부진하다"며 "D램 가격은 10월까지 계속 빠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IT의 3분기 실적은 현재 시장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낮아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반도체와 휴대전화는 맑음, 그러나 디스플레이는 계속 흐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상무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3조8000억원 정도로 하향 조정했지만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못해도 13조원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8년보다 세 배 이상이 될 것"이라며 "다운 사이클을 지나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파워로 무게중심이 넘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그는 "애플이든 구글이든 마이크로소프트든 새로운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제조는 중국이 맡게 될 것"이라며 "20년 동안 일본과 경쟁해온 한국 IT업체들은 원가 경쟁력과 차별된 부품 개발로 제품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상무는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후 ABN암로 골드만삭스를 거쳐 2004년부터 CS홍콩에서 테크놀로지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파이낸셜타임스(FT)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에 선정됐다.

◆ 박정준 JP모건 반도체리서치 헤드 "LG전자·디스플레이도 매력적"

=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주가도 과매도 상황입니다. 장기투자자라면 지금 매수를 고려해 볼 만한 시기라고 봅니다."

박정준 JP모건 전무는 "향후 IT 수요가 다시 살아난다면 기업의 질이 좋은 삼성전자가 높은 평가를 받겠지만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도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무는 "IT 주가가 급락한 것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며 애플을 제외하곤 미국 대만도 마찬가지"라며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아 전형적인 소비재인 IT 수요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전무는 또 "한국 IT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급락했다"며 "다만 이를 반등시킬 만한 촉매제가 없고 글로벌 수요 증가는 매크로 이슈와 맞물려 있어 아주 단기간에 회복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D램과 디스플레이 패널은 지금이 바닥으로 현재 가격이 계속 유지되면 (사업이) 안될 정도로 낮은 가격대라 더 떨어질 것 같진 않다"면서도 "공급을 줄이고 있지만 매크로 이슈로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으며 계절적 수요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3분기 IT 실적은 하향 조정 리스크가 있다"며 "올 3~4분기에 IT는 바닥을 지나고 시장기대치가 낮아지면 내년에는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주가는 선반영되기 때문에 올해 4분기 정도 되면 IT 주가는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 등 IT환경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에 대해 박 전무는 "소프트웨어 이슈는 이전부터 계속 나왔던 문제로 최근 IT 주가 하락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본다"며 "IT 주가 하락은 이보다는 유럽 재정 위기 등 매크로 이슈에 따른 수요 부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전무는 "한국 IT 기업들이 제품은 아주 잘 만들지만 소프트웨어 콘텐츠 경험이 부족해 앞으로 이걸 어떻게 해결할지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공급망이 바뀔 것도 없고 시장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라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고 말했다.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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