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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5월 보내며

열정적인 장미 꽃이 울타리마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혼자 길을 걷다가 무심히 눈이 마주친 그 열정적인 꽃은 "야, 나 좀 바라봐죠?"라고 말을 걸어 온다. 저 혼자 피어서 저 혼자 지기에는 억울했던 것일까?

잰 걸음의 사람들의 걸음 걸음 속에서 꽃도 나무도 새도 말을 걸어 오는 5월이다.

 

그냥 걷다 무심히 느끼는 강렬한 쥐똥나무 하얀 꽃 향기와 장미의 붉음이 눈을 자극한다.

버스에 올라 거리를 보다가 눈을 감게 된다.

너무나 많은 간판과 현란한 광고판에 나도 모르게 버스 안으로 눈을 돌리니 운전사 뒤통수 쪽에 액정화면에 모래 그림으로 시선을 잡더니 이내 광고 문구를 보여 준다.

이른 아침부터 무차별 광고에 공격에 다시 눈을 감는다.

 

최근 이사를 가서 좋은 점은 사람 냄새를 맡는 것 그리고 차 안에서 신문을 보며 퇴근하는 즐거움이랄까? 이제 새로 이사한 집이 내집처럼 친숙해졌다. 친구의 도움으로 정말 낡은 부분을 리폼하고 나니 좀 마음의 상처가 가시는 느낌이다.

어제 처음 시장을 봐서 신싱한 야채와 함께 맛나 저녁식사를 하였다.

집이 너무 낡아 정이 가지 않았는데 다이소에서 리폼 제품을 사다가 조금 변화를 주니 이제 좀 숨을 쉴 수가 있다.

 

항상 꼼꼼하고 이성적이어야 하는데 나는 늘 감성적이고 즉흥적이다.

이런 나의 단점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런 못된 버릇은 잘 고쳐지지 않어서 실수가 많다. 냉정하고 이지적이고 계산적인 사람들이 때때로 부럽지만 나는 내 감성이 좋다. 좀 어리석고 좀 모자라면 어떠랴 이제 이 정도 살아 왔으면 반 평생은 살아 내었으니 신께서 계시다면 니 어리석은 사람을 지켜 주시리라 믿는다.

늘 언제나 어디서나 나를 지켜 보시기에 나는 주저함 없이 세상을 살고 있다.

 

최근 곡성 영화를 본 사람이 정말 기분 나쁜 영화라고 평한다.

최근 나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보고 기분이 참 묘했다.

나도 가능한 채식을 하고 있지만 가끔 아주 조금 육고기의 피 맛과 살육을 떠올려질 때가 있었다. 참 한강 작가의 필치는 빠르고 예리하다.

사실 나는 이상문학상을 탄 몽고반점만을 읽었을 때는 별 큰 감흥이 없어서 왜 이 소설이 문학상을 받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채식주의와 몽고반점이 연작소설임을 늦게 알고 채식주의자를 읽음으로 비로소 이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이번 주말에는 곡성을 보러 영화관에 가야겠다.

둔촌동으로 이사를 나오니 굳이 시내를 가지 않아도 영화, 먹거리, 친구들과의 만남이 너무 쉬워져서 이 지역에 사는 친구가 "둔촌동 너무 좋아요." 라고 했던 말에 수긍이 된다.

장미가 아름다운 계절 나도 장미 꽃처럼 환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5월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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