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대웅전을 나와 1080 계단을 통해 계단을 오르기 보다는 한적한 길을 택하여 걷기로 했다. 정혜사 가는 길목으로 느린 걸음으로 완보를 하였다.
소나무가 멋드러지게 나를 반기고, 솔향기가 정신을 맑게 해 준다. 멀리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덧 사람의 소리는 잦아지고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참 좋다.
혼자서 걷기에 알맞은 살길을 걸어서 오르다 보니 아직 이른 봄이라서 흐드러지게 진달래꽃 나무들이 가득이다. 아마도 4월경 이 곳을 오른다면 진달래 꽃 빛으로 마음도 분홍 꽃빛으로 물들 것만 같다. 간혹간혹 산길에서 쓰치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면 오르는 소나무 길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좀 높은 봉우리 돌에 올라 앉아서 멀리 산을 바라다 본다. 아마도 멀리 보이는 산이 덕산 가야산 정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만공스님의 이야기를 가끔 엄마로 부터 들은 적은 있는데, 사실 가슴에 와 닫는 경우는 최인호의 길없는 길에서 정도에서 만공스님의 행적을 알고 있을 뿐인다.
두산백과에 의하면 "법명은 월면(月面), 법호는 만공(滿空)이다. 1871년(고종 8) 태인 군내면 상일리(현 정읍시 태인면 태흥리)에서 출생하였으며, 13세에 출가하였다.
충남 서산 천장사에서 태허(泰虛)를 은사로 모시고, 경허(鏡虛, 성우 1849~1912)를 계사(戒師)로 하여 사미계를 받았다. 1895년 온양 봉곡사에서 수행한 후 덕숭산 수덕사와 정혜사·견성암을 거쳐 금강산 유점사(揄占寺)에서 3년을 지냈다. 1905년 덕숭산으로 다시 돌아와 참선하며 수행승들을 가르치고, 1914년 서산 간월도리에 간월암이라는 암자를 세웠다.
1937년 마곡사(麻谷寺) 주지를 지낼 때 조선총독부 회의실에서 조선 31본산(本山) 주지회의가 열렸는데 총독부가 조선불교의 일본불교화를 주장하자 이에 호통을 치며 공박하였다. 주로 덕숭산에 머물며 선불교의 진흥을 위해 힘쓰다가 1946년 전월사에서 입적했다. 사후에 <만공어록 滿空語錄>이라는 책이 편찬되었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드디어 정혜사에 도착하였다. 높은 봉우리 위에 돌담으로 가리워져 있고, 정적만이 절집을 감싸고 있다.
만공탑은 그냥 스치고 지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위대한 선승의 계보를 잊는 만공탑을 꼭 꼼꼼히 보고 지나 가길 권하고 싶다.
육각의 지대석 위에 원형의 괴임돌을 놓고, 그 위에 세 개의 기둥을 평면 Y자형태로 세운 후, 그 위에 구체(球體)를 올려놓았다. 기둥 세면의 빈 공간에 오석(烏石)으로 면석을 조성한 후, 정면에는 ‘만공탑’, 좌우측면에는 ‘世界一花’(세계일화), ‘百艸是佛母’(백초시불모)를 비롯한 만공스님의 친필과 행장(行狀), 법훈(法訓) 등이 새겨 있다.
정혜사는 수도를 하는 승려들의 선방으로 침묵을 알리는 현판이 문 앞 있다.
나도 모르게 정혜사 돌담 저편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오늘은 나에게 여기까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집에 돌아와 정혜사를 찾아 보니 고맙게도 이곳을 방문하여
순례를 하신 분이 있어서 그분의 블러그를 통해 정혜사 비경을 잠시 감상 할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은 (blog.naver.com/kns6847/130172127472 어라의 숨고르기)
의 사진을 첨부하였을 알려드립니다.
나의 경우 정혜사를 집에 돌아와서 귀하게 보아서 너무나 감사하다.
사실 그날 그 여행지에서 나는 나도 모르는 정혜사의 뒤편으로 넘어가서 작은 암자와 돌사리에 선방과 같은 굴집을 올려다 보면서 "무엇이 저 들을 이 높은 곳 까지 올라와서 저 선방에 앉아 있게 했을가?"라는 의문이 일었다.
정혜사를 뒤로 하고 작은 암자앞에서 멀리 수덕사를 바라보았다.
나는 어려서 절집에서 잠을 자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즐거워던 기억이 있다.
오늘의 노곤 다리를 쉴 겸 하나 하나 계단을 내려 오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아주 편안하게 바위에 올라 앉았다.
바위에 올라 다리도 펴고 바위에 등을 기대고 누워 올려다 보는 정혜사의 높은 돌담과 마치 사립문을 밀치고 큰스님의 시중을 드는 종자가 나와서 빗자루를 휘두르면서 그 바위에서 당장 내려 오라고 소리를 칠 것 같은 상상을 하면서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본다.
바위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자니 멀리 아래 쪽에 새들이 모여서 물을 맛나게 먹고 있다.
사람이 해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삶의 활기참이란 너무나 감동적이다.
인위적이고, 자연적인 것을 저버리고 사는 우리는 이런 천진무구의 세상 앞에서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아름다움은 자연이기도 하지만 그곳에 머물러 살았던 사람들의 발자취 또한 우리가 잊고 있는 자연인지도 모른다.
만공 선사의 기운이 살아있는 이곳에서 나는 깨어 있는 수도자들의 기도의 힘으로 우리가 오늘 하루 평강함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