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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친구야, 잘 있니? 이제 우리 터닝 포인트를 찍자

어제밤 내내 마음이 산란하였다.

늦은 밤 친구로부터 눈이 불편하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 겨울 안과에 다니고 있다는 말을 언듯 들었는데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는데 계속 치료를 받는 중에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단다.

 

참 마음이 무겁다.

항상 부지런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한 삶을 추구한 내 친구에게 질환이 생겼다니 마음이 참 씁쓸하다. 병원들도 모두 대기중이라 아마도 9월경 수술을 할 수 있을 것 같단다.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어느날 우리 삶이 그리고 생이 어떨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나는 세계테마여행 EBS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중국과 티벳, 부탄 등의 장소가 참 인상적이다.

 

고대와 현대가 맞 물려있는 지역에서 그리고 오지에서 살아 숨쉬는 인간미에 매료가 된다. 어쩌면 삶은 이런 오지일 것이다. 과연 나는 지금 행복한가?

진정한 나와 나는 얼마나 만나고 있는 것일까?

나의 경우 미사를 보는 중 가장 간절하고 진실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때때로 나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미사가 나에게 마지막 미사같은 절박함을 느끼기도 한다.

 

미사를 보기 전 찌부등 했던 몸과 마음도 미사 후에는 몸도 가볍고 기분도 좋아진다.

진실 앞에서는 모든 것이 진정성이 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귀찮고 짜증내는  내 일상 중에 나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멍을 때린다.

그 멍한 생각 그 자체 속에서 나의 화도, 나의 인내심 조차도 사라진다.

 

예전에 나는 참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상처 받은 사람이 아파하는 이유를 몰랐던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나를 객관화하여 바라보면 참 애스럽고 유치하기 조차하다. 말을 해 놓고 후회하는 일도 많다. 내가 상처 받지 않으려면 나도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항상 기도를 하고 있다.

 

"내 혀를, 내 입술을 꼭 붙자아 주세요."라고 기도를 드린다.

내 뱉어진 말을 수습할 길이 없음을 알기에 나는 한번 말을 참는다.

어리석어지지 않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친구가 아프니 새 기도 숙제를 받은 것이다.

 

큰 병원을 드나드는 기분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차라리 병 문안을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병은 사람을 성숙시켜 준다. 나의 경우 병이 나지 않았다면 아직도 간난 아이처럼 본능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병과 친구가 되어 산 동안이 어쩌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