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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청솔모가 전해 주는 이야기

후둑 후둑 내가 출근을 하고 있는데 가로수 나무 위에서 나는 소리다. 무심코 쳐다보니 청솔모 두 마리가 나무기둥 앞 뒤에 들러 붙어 장난을 치는 중이다. "아!, 도시 가운데에서 청솔모의 러브 스토리를 보다니? " 참 신기하여 발 걸음을 멈추고 재미있게 장난치는 그들을 지켜 보았다.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청아하게 꼬리를 흔들면서 나무 기둥의 둘레을 빙글 빙글 돌고 위로 오르락 내리락 참 활기차다.

 

청솔모의 풍성한 꼬리가 더욱 빛을 발한다. 등산을 하면서 청솔모를 보지만 어찌나 빠르게 도망을 치는지 몸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데 이게 왠 호강이냐!

자세히 보니 청솔모의 몸 색깔은 나무의 색과 거의 같아서 나무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마도 나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무언지 이 냐석의 야단 법석 애정 행각에 나도 청솔모를 볼 수 있었고, 발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보는 나도 그들의 즐거움에 빠져서 입가에 미소를 지울 수 있었다.

급히 핸드폰을 꺼냈지만 두 연인은 나무 높이 이미 올라 간 상태라 소중히 나 혼자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도심 가운데 그리고 삭막하다는 서울에서 그 것도 아파트 단지내에서 청솔모가 뛰어 노니 이런 자연 속에 사는 것이 우리 정신 건강에도 좋을 듯하다.

내가 사는 이 고덕은 30년정도의 낡은 아파트이지만 나무가 무성하여 봄엔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오늘 아침 신문에도 이 곳이 곳 재건축이 시작되어 올 봄 이주가 시작된다고 한다. 아마도 오늘 아침 같은 소중한 풍경은 이곳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사람과 자연은 공생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연이 죽은 곳은 곧 인간도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강동구가 가장 높은 전세가를 보인다는 그래프를 보았는데, 이 곳에 터전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뿔뿔이 헤어진다면 그 동안 느끼던 조용함과 소박한 동네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냉냉한 강남의 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고덕이라는 정체성이 파괴되고 사라지는 것이다. 새로운 길 하나로 세상이 바뀐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깜짝 또는 얼마나 아름다운 느낌과 풍경들을 상실당해야 하는 걸까?

 

새로운 것, 신상, 젊음 등 다양한 날것들이 판 치는 세상에 과연 우리가 추억하고 싶고 그 추억속의 곳이 내 주변에 많으면 안될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사자와 호랑이와 아이들이 어우려저 해 맑게 웃으면 살는 세상이 존재할 수는 없다고 현대인은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세상이 지금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청솔모 연인이 나에게 말을 해 준 아침이다.

 

청솔모야, 고맙다.

내 잠든 영혼을 깨워주어, 그리고 너와 내가 하나라는 생각을 알려 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