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들과 화상 통화를 하고 나니 아들에 대한 염려가 없어지고 나니 내 방식의 놀이에 흠뻑 빠져 있다. 작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나의 놀이인데 그러니라고 내가 좋아하는 일기 쓰기 마저 놓고 있었다, 일기를 쓰지 않으니 내 마음을 알 수 없고 그냥 넋을 빼앗긴 일에 몰입을 일주일째하고 있다.
이른 아침이거나 늦은 밤에도 전화를 걸고 수다를 늘어 놓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 내가 주변머리 없이 살아 왔음이 후회가 되기도 하다. 그러나 내 삶을 대신 살아 본다면 내가 왜, 주변머리없은 사람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으니 나도 조금은 변화를 갖어야겠다. 이번 일만 마치면 나는 조금 나를 자유롭게 지내게 하고자 한다. 이제 모든 것을 놓고 조금 더 편한 삶을 취하면서 남들처럼 중년의 여자가 되어 친구들과 밥도 먹고 쇼핑도 즐기면서 친구와 붙들고 말 싸움도 한번쯤은 하고 싶다. 내 속을 가라 앉히고 가능한 내선에서 소화하고 내선에서 일을 마무리하여 왔던 삶이 이제는 나도 누군가가 코치를 해 주었으면 한다.
밖으로 나가 소리도 지르고, 보란 듯이 돈도 써보고, 도덕적인 강박에서 벗어나 조금이탈도 해보고 싶다. 마치 소녀가 된 것처럼 내일 일을 잊고 어쩌면 내일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열정적으로 내 본능에 따라 살아 보고 싶다. 가을 비가 내리고 음악과 차가 맛나는 계절이 되었지만 젊은 날처럼 쉽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말을 걸 사람이 없다. 모두 하나가 아닌 둘이상의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기에 이것저것을 헤아려주다 보면 결국 전화를 들었다가 내려놓게 된다.
참, 그러니 내가 얼마나 주변머리가 없는 사람인가?
아마도 나는 통제가 있든 없든지 간에 내 삶은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정말 부처님 손바닥안에서 처럼 그 정도 밖에 있는 사람, 그러니 내 삶이란 참 소박하고 초라하기 조차한 것이다. 청빈낙도라 하였던가? 굳이 욕심을 내지 않으니 마음은 편하고, 당장 호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악바리 근성도 잠을 자고, 아득바득 할 것이 없으니 심정도 편안하다. 이런 삶이 내가 꿈꾸었던 삶이었던가?
요즘 사는 것이 참 행복하다. 정말 내가 어려서 희망하던 나이 든 여자가 되었고, 그 여자에 맞는 삶을 살고 있다. 조금 더 희망사항은 그 여자가 좀 게으르지 않고 어려서 꿈꾸던 꿈을 놓치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늘도 나는 그 여자에게 바란다.
꿈을 잃지 말라고 당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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