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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꽃 봉우리를 튀우는 마음으로

애도 아닌데 입술에 훈장하나를 달고 나니 정신이 버떡난다. 오랫만에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나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나보다. 어제는 EBS 달라졌어요를 보았다. 일상의 부부들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한다.

늘 심리학을 공부하면서도 긍정했다, 부정했다가를 반복했는데, 어제 본 부부의 사례는 나에게 참 충격적이었다. 사랑받고자 하는 아내와 어릴 적 늘 죽어지내는 역할을 보고 자란 남편의 이야기로 그들의 과거 동심으로 돌아가니 왜, 그들이 화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대학시절 연대 심리치료극에 참가하여 관망했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그 동안 우리 생활 공간에 심리치료가 밀착되어 있음과 그 필요성을 모든 사람이 공감하기에 대형 방송사에서 방영하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이 방송을 보고 한참을 생각에 젖었다. 항상 욕심 많고 나도 모르게 적극적인 나의 성격이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상처주는 일이 많았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번쩍번쩍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나는 그런 일상이 좋다. 늘 그날 같은 일상보다 하루하루 가슴이 벅찬 하루를 살고 싶은 욕구가 매우 높다.

그러나 그런 감정들을 매일 일상에서 맛보려는 것은 욕심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 늘상의 이부자리가 자주 변하지 않듯이 변하지 않는 것으로부터의 편안함 그리고 꼭 변해야 할 것에 대한 기대감 그런 저런 것들이 내 일상에서 정리가 되어 가야 한다. 지금 입술이 터져 딱지가 붙으니 부풀어졌을때 보다는 낳지만 검은 딱지가 참 머슥하게 만든다.

나이 오십이나 된 여자가 자기 콘트롤을 하지 못하고 입술에 딱지가 앉다니...참 딱하다. 아직도 마음의 평정심을 못 찾는다는 말인가? 지난 시절 나의 삶은 "욕망하라, 그리고 꿈을 꾸어라!  "라는 구호 속에 나름의 열정으로 살았다. 늦은 밤 벗들과 어우러져 불의를 성토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정열을 바쳤다.

그렇지만 오늘 나는 늦은 밤 멀리 안동에서 올라 온 벗들이 불러내어도 내 몸이 불편하다면 정중히 거절을 하고 몸의 안정을 도모한다. 이것이 현실인 것이다. 마음은 그들에게 가 있지만 이렇게 입술에 딱지 훈장까지 달고 그들을 만나기에 나의 정열이 눈 녹듯이 사그러져 있는 것이다.

겨우내 하얀 눈이 녹지 않은 지금이 참 좋다. 적어도 하얀 눈은 시간을 부여잡고 겨울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나도 이 시린 겨울을 부여 잡고 철저히 추위를 느끼고 추위 속에서도 재잘거리는 새들처럼 내 자신의 영혼을 맑게하여 새봄에는 다시 소생하는 꽃들처럼 겸손하게 내 본분에 충실하고자 한다.

한 송이 꽃이 피기 위해 흔들리지 않고 피어 오른 꽃은 없기에 나도 소중한 소망을 꽃 봉우리를 튀우는 마음으로 새봄을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