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지난 밤 유희열의 음악프로 TV를 늦게까지 보고 다시 누군가의 문자 소리에 아침에 깨어나 아침을 먹고 연휴에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본다.
역시 하고 싶은 것 쪽으로 마음은 기운다.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니, 우선 저녁시간을 이용해 반드시 옷정리를 해야 할 것이고, 날도 좋다니 그동안 미루어 논 이불빨래도 해 놓아야 따뜻하고 기분 좋은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찬 느낌에 가벼운 겉옷을 걸치는 느낌이 좋다.
엄마의 빨간 촌스러웠던 세타와 월남치마가 떠오르는 계절, 그때 엄마가 석유 곤로에 보글보글 찌게를 끓여 내 주던 그런 정 넘치는 그 시절, 그 계절이 그립다.
아마도 요즘 아이에게 이런 짓을 한다면 아이들은 코를 막고 엄마 그 꼴이 뭐야 할머니 같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도 나의 정서에는 촌스러운 나의 추억 속 엄마가 좋다.
정말 정말 내가 그리운 것은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예쁜 브루치를 단 엄마의 단아한 모습이 그립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문양은 나비문양인데 이상하게 나는 이런 장식 용품이 없음에도 그냥 나비 문양을 보면 즐겁다. 지난 몇년 동안 집정리를 할 심적 여유가 없어서 어떻게 5년 동안 살아 왔는지기억이 없다.
이번 9월 갑자기 깊은 잠에 빠진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듯 정신이 나서 서랍장을 정리하였다.
그 서랍장 속에서 오래전 나의 친정엄마가 쓰던 엄마의 노란 나비문양 브루치를 만났다. 섬세한 장식의 아름다움과 그 브루치를 한복 앞섶을 여미기 위해 달면서 웃음을 지우던 엄마가 생각났다. 오랜 기억속에 있던 그 엄마가 나에게 말을 건낸다.
"애야, 잘 있었지?", "엄마도 잘 있단다."
"너가 벌써 엄마가 한복을 입던 그 나이가 되었구나?"
"너도이제 세상을 살아 보니 그때 엄마의 마음을 알겠니? "엄마가 브루치 속에서 웃고 있다. 나도 엄마를 따라 웃었다.
나는 엄마처럼 나도 예쁜 한복을 입고 중년을 보낼 것을 그 시절 꿈꾸었고, 엄마의화각장엔다양한 색상의 한복이곱게 접어 있었는데 나도 엄마처럼 넉넉한 생을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 풍파를 겪고 보니 노란 나비문양 브루치가 나를 소녀로 만들어 준다.
엄마는 내가 15살때 간염으로 시작하여 오랜 동안간암으로 투병생활을했지만 낙천적인 성품대로 병과 친구가 되었고 거기에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으로 내가 직장 생활을 시작하던 해에 돌아가셨다. 정말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시절 나는 항상 기도를 하시던 엄마를 보면서 마지막 길을 떠난 엄마의 영혼에게 말을 했다. "엄마, 정말 돌아가신 거야?" ,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건지, 난 몰라." "그러니 엄마가 나 보다 먼저 갔으니 엄마가 나에게 그 세상을 알려줘?"라고 말을 했다.
세상을 떠나는 엄마의 천도제날 나는 그런 생각을 엄마의 영혼에게 부탁을 했다. 그런데 엄마가 오늘 나에게 말한다. 아주 편안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애야, 이제 엄마가 염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잘 자랐구나!, 이젠 됐다. 넌 충분히 좋은 내 딸이었다. 엄마가 널 잘 되라고 늘 꾸짖고 엄히 가르쳤지만 널 보니 이제는 마음이 놓인다." 정말 엄마는 날 인정하시는 걸까? 엄마가 내 등을 쓸어 주신다.
서랍장을 정리하다 만난 엄마,
엄마의 삶이 내 삶이 된 지금, 나는 늘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절에 기도하러 가시던 그 고운 엄마의 실루엣을 만났다.
그동안 잊고 살았는데 가끔 시간을 내어 내 신변을 정리하는 여유가 필요함을 느낀다. 너무나 물질만 추구한 삶에서 정스러운 정감을 추구하는 내 안의 피와 살에 따뜻한 체온을 살려 줄 추억과감동을 되새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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