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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잠실 5단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매수세가 없어요. 몇 년간 이런 불황은 처음입니다."

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세에 근접한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건축 속도조절론`까지 더해진 결과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123층 랜드마크 빌딩 `롯데수퍼타워(제2롯데월드)` 후광이 기대되는 대표 단지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와 달리 거래가 끊기고 시세 탄력을 잃은 지 오래다. 급기야 최근에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공급면적 112㎡ 급매물이 9억8000만원에 나와 10억원 벽이 깨진 것이다. 이는 2008년 4분기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다.

박준 박준공인 대표는 "박 시장 당선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유럽 재정위기가 겹친 탓"이라며 "최근 2~3주 새 3000만원 이상 호가가 급격히 빠졌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지구단위계획을 통과하고 정비계획안까지 발표되며 재건축 시장을 주도하던 강남구 개포주공 역시 시세 하락과 거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평형대는 몸값이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했다.

잠실주공5단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8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주공1단지 전용면적 49㎡는 10월 8억3500만원 선으로 떨어졌고, 이달 들어 거래가 단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전용면적 58㎡ 역시 9월 9억5000만~10억원 선에 거래되던 것이 10월 들어 9억원 초반대로 한 달 새 최대 1억원 가까이 빠졌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면적 58㎡의 금융위기 당시 시세는 8억원대 중반. 현 시세에서 5000만원 정도만 빠지면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지는 셈이다.

서초구 반포 일대 대표 재건축 단지인 반포주공 1단지도 거래가 실종됐다. 전용면적 107㎡가 지난 7월 19억원 선에 거래된 이후 거래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박 시장 등장에 따른 재건축 지연은 `기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서울시에서 재건축 속도 조절을 한다고 해도 이는 반대 의견이 많은 지역에 해당되는 것이지 재건축 추진 의지가 높은 곳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진 기자 / 홍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