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유치에 전국 40개大 사활 걸려
학계 “많이 뽑자” 법조계 “소수만” 의견차
2년 가까이 표류해 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이 3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르면 2009년부터 로스쿨 시대가 열리게 됐다.
정부가 2005년 10월 로스쿨법을 제출한 이후 신규 교수 채용 등에 2000억 원 이상을 쏟아 부은 40개 대학들은 이제 사활을 건 로스쿨 유치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로스쿨 총입학정원과 로스쿨 유치 대학을 선정하는 문제는 대학 간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지역 안배 등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이제부터가 진짜 고비라는 것이 중론이다.
민노당 의원들 반대 농성 3일 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국회의장석 아래에서 사학법 개정안 등의 처리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농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임채정 국회의장의 사학법 개정안 직권 상정에 따라 법안을 통과시켰다. 김동주 기자 |
▽추진 일정은=정부는 로스쿨법 통과에 따라 곧바로 시행령 제정 및 ‘법학적성시험(LEET)’ 개발에 착수해 2009년 3월에는 로스쿨을 개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곧바로 법학교수와 법조계 인사, 일반인 등으로 구성된 법학교육위원회를 구성해 늦어도 8월까지는 총입학정원과 인가 심사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9월경 시행령을 제정해 본격적인 학교 선정 및 개원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생 선발을 위해 연내에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인 법학적성시험 모의고사를 치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2009학년도 신입생을 위한 첫 시험을 내년 8월, 입학전형은 11∼12월 실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과 대학 선정이 최대 쟁점=로스쿨 개원에 가장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은 정원이다. 대학별 입학 정원이 한정돼 몇 개 대학이 선정될지는 결국 총입학정원에 달려 있다.
법학교수와 시민단체 등은 연간 입학정원이 3000명은 돼야 로스쿨 설립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에서는 1200명을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국회에서 나온 절충안도 1500명, 2000명 등으로 다양하다.
학교 선정 기준 역시 어려운 문제다. 학교 규모나 사법시험 합격자수, 교육 수준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정치적인 쟁점이 너무 많다.
대학들은 일단 지역 안배가 1순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스쿨을 준비 중인 12개 국립대는 시도별로 1개교 정도 안배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 경우 서울 소재 대학들의 ‘역차별’ 논란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이들을 고려해 주요 대학 중에서도 탈락하는 대학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탈락한 대학들은 극심한 후유증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설비로만 2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그동안 법학부에만 예산과 인력을 쏟아 붓는다며 다른 단과대의 원성을 많이 샀다”며 “탈락할 경우 기존 법학부의 위상이 추락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법학 교육이 바뀐다=지금은 고교를 졸업하고 법대에 입학했으나 이제는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경험한 뒤 대학원에 입학하는 체제로 바뀐다.
현재 국내 법학 교육은 거의 학부 과정에 집중돼 있다. 헌법, 형법, 민법 등 기본 3법을 중심으로 4년간 대학마다 비슷한 커리큘럼의 교육이 진행됐다. 일부 대학의 경우 전공필수에 사법시험 과목의 비중이 너무 높아 학원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로스쿨로 전환될 경우 이 같은 교육과정이 좀 더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학생들이 다시 각자 환경법, 엔터테인먼트법 등 세부 전공을 전문 분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시장 어떻게 변할까=로스쿨 도입으로 법조인 양성 및 선발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법률서비스 시장도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기존의 법조인들이 대부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었으나 로스쿨이 도입되면 다른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이 법조계로 진입하기가 쉬워져 다양한 경력을 갖춘 법조인의 탄생이 가능해진다.
한국법학교수회 이기수(고려대 법학과 교수) 회장은 “훈련된 법률가를 대거 배출해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선발 인원이나 변호사 자격시험 방식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해마다 1000명인 사법시험 합격자보다 많은 인원이 법조인으로 배출될 것은 확실시된다.
문성우 법무부 검찰국장은 “법조인 양산체제로 전환하면서 많은 국민이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호사가 늘어나면 변호사 수임료가 점차 낮아지고 국민의 법률비용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반면 로스쿨이 설치되면 사법연수원이 폐지될 수밖에 없고, 각 로스쿨의 교육 수준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법조인의 질(質)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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