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의 恨스러운 몸짓 |
그리스로 끌려간 트로이人 + 일제시대 위안부의 ‘비극’ |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
한국보다 먼저 유럽과 미국에서 화제를 모은 연극이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대표 신현택)이 오스트리아 샤우스필하우스극장과 극단 우투리, 비엔나페스티벌, 피크퍼포먼스와 함께 제작한 10번째 토월정통연극시리즈 ‘트로이의 여인들’(11월14일부터 12월2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580-1300)이 그것이다. 이 작품은 그리스 3대 비극시인 가운데 한 명인 유리피데스의 원작에 일제시대 위안부의 증언을 얹어 한국의 전통음악과 춤을 바탕으로 한 신체극. 구 유고연방 출신의 오스트리아 여성 연출가 아이다 카릭이 극단 우투리의 이현순, 문경희, 백은경, 김광덕, 변유정씨 5명의 배우를 놓고 연출했다. 안무는 한국 무용가 김삼진, 음악은 오승아, 연주는 판소리 가야금 대금 타악 등 한국의 전통음악이 맡았고 무대와 의상은 샤우스필하우스가 현대적으로 꾸민 다국적 프로젝트다. 지난 5월 유럽 최고의 예술축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비엔나페스티벌 공식참가작으로 세계 초연된 데 이어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 뉴저지의 명문극장 알렉산더 카서 극장에서 열린 피크 퍼포먼스 뉴저지 시즌에 올라 호평을 받은 뒤 한국 관객들을 맞는다. 비엔나 일간지 ‘비에너 자이퉁’의 평론가 페트라 라트만너는 이 공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구 유고연방 출신의 연출가는 한국의 배우들과 연극을 만들었다. 전통 음악극인 판소리 가수와 현대음악 작곡가가 함께 연극을 완성시켰다. 미세한 빛과 그림자의 효과, 몇 안되는 소품들, 간단한 의상 등이 여인들의 충격적인 경험을 되살아나게 했다. 특히 다섯 배우의 강렬한 연기, 살을 파고드는 타악기의 리듬, 판소리 가수의 허스키한 창법에 감사해야 한다. 여인들의 압축된 연기는 80분밖에 안되는 시간동안 믿지 못할 만큼 깊은 놀라움에 빠져들게 했다. 한 순간도 동정이나 값싼 연민 또는 이국적 키치(kitsch·싸구려)에 빠지지 않았다. 난해한 질문에 다국적 팀이 현답을 내놓았다. 충격적 내용에 쉽게 잊지 못할 저녁이었다.” 유리피데스의 ‘트로이의 비극’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 그리스 최고의 미인인 헬레네를 두고 그리스와 트로이가 전쟁을 벌여 마침내 트로이가 멸망한다. 나중에 로마건국의 조상이 되는 아이네아스를 제외하고 모든 트로이 영웅들이 전멸하고 트로이 프리아모스왕의 아내 헤큐바(헤카베로 많이 알려져 있다), 트로이를 마지막까지 지켰던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 헤큐바의 딸인 예언자 카산드라, 그리고 문제의 진원지인 헬레네 등 트로이의 여인들이 그리스로 끌려간다. 헤큐바는 꿋꿋이 운명을 받아들이자고 트로이의 여인들을 설득하지만 다가오는 비극이 너무나 힘겹다. 몰래 숨겨놨던 막내 아들은 트라키아 왕에게 살해당해 참혹한 시신으로 떠내려오고, 손자인 안드로마케의 젖먹이 아들은 그리스 병사의 칼날아래 목숨을 빼앗긴다. 카산드라는 그리스로 끌려가 그리스 원정대장 아가멤논의 집에서 처참하게 죽임을 당할 것을 예언한다. 그리스인들에 대한 트로이 여인들의 처절한 저주에 일본군위안부들의 증언이 교차된다. 한편 이 작품에는 헬레네는 등장하지 않는다. 기회주의자인 그는 전쟁의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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