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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임방공지사항

시모음

흔들리며 피는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이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한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따뜻한 밤이 되네

시집 한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 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한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하나 없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사랑

-이정하-

마음과 마음 사이에

무지개가 하나 놓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은

미처 몰랐다.

말의 빛

-이해인-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말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 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없는
푸르른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빛

사랑한다는 것으로

-서정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꺽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친구에게

-이해인-

나의 친구야

오늘도 역시 동쪽창으로 해가뜨고

우린 또 하루를 맞이했지 , 얼마나 좋으니

빨래줄엔 흰 빨래가 팔랑 거리듯이

우린 희망이라는 옷을 다리미질 해야 하겠지

우리 웃자

기쁜 듯이 언제나 웃자

우린 모두 하느님이 만들어 놓은 피조물 이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행복을 향하여

웃음지어야 하는거야

계절이 가고 오는 이 흐르는 세월속에

우리도 마찬가지로 얽혀 가겠지만

우리 변함없이 모든 것을 사랑하도록 하자

친구야

너와 나 같은 세상 아래에서

만나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 서로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자꾸나

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을 할까

너의 등불이 되어 너의 별이되어, 달이되어

너의 마스코트 처럼 네가 마주보는 거울처럼

우리 서로 지켜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서로 사랑하자

우리 서로 감미롭고 듣기 좋은 음악같은 사람이 되자

그럼 안녕..

바람부는 날의 꿈

-류시화-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 가를 보아라.






하나의 삶

-정유찬-

누구나

원하는 것은 같다

그것을 달리 표현할 뿐

우리는

모두가 다른 방법으로

같은 사랑을 원하고

모두다

같은 의도로

독특한 삶을 추구한다

이렇게

삶의 다른 모습들이 합쳐져

하나의 큰 삶이 된다

우리는 이렇게

각기 다른 모두가 만드는

하나의 삶을 산다.